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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문득 아주 오래전에 저지른 실수나 지금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당당하게 하던 기억이 되살아나 부끄러워진 경험을 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갑자기 이처럼 부정적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에 대해 호주 디킨대학교 교수이자 임상심리학자인 데이비드 존 홀포드(David John Hallford) 박사가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conversation)'에 해설했다. 

우리의 기억에는 의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생각날 수 있는 '수의적 기억'과 의도적이 아닌 자연발생적으로 생각나는 '불수의적 기억' 두 종류가 존재한다. 수의적 기억이란 가령 '어제 어떤 업무를 했을까?' 등과 같이 본인의 의사로 떠오르는 기억을 말한다. 반면 불수의적 기억은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이다. 

기억은 뇌 내에 존재하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 네트워크에 저장되어 있다. 저장되는 정보가 쌓이고 서로 연계될수록 신경세포 간 물리적 연결은 더 강해진다. 

이러한 기억을 포함한 뉴런의 활성화는 빛이나 소리와 같은 외부 자극, 혹은 감정이나 신체 감각 등의 내부 자극을 통해 일어난다. 그리고 이들 기억을 포함한 뉴런이 활성화되면 관련 의식이 쉽게 떠오르게 된다. 

예를 들어 빵집 앞을 지나가며 갓 구운 빵의 향기를 맡으면 지난 주말 친구를 위해 요리를 했던 기억이나 토스트를 태워 집안에 연기가 가득했던 일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기억이 떠오르면 우리는 그것에 대한 '정동반응(情動·감정의 동적 변화 현상)'을 경험한다. 부정적인 기억은 긍정적인 기억보다 강한 정동을 갖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좋은 것을 찾기보다 나쁜 결과나 나쁜 상황을 피하려는 동기 쪽이 강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기억은 더 강한 감정과 함께 깊이 새겨지기 쉽다. 따라서 부정적인 '불수의적 기억'은 부정적인 기억이 되기 쉽다.

불수의적 기억은 강한 슬픔이나 불안, 심지어 부끄러움을 불러 일으킨다. 부끄러움을 동반한 기억은 타인의 불편함이나 불쾌함을 유발했거나 부정적인 일 등 어떤 형태로든 사회적 규범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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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슬픈 기분이 들었을 때 어둡고 부정적인 일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고. 행복할 때는 밝은 일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홀포드 박사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억을 많이 갖고 있으며, 슬픔이나 부끄러운 감정이 본인에게 강하게 인식되기 쉽다고 설명한다.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이나 당시 자신이 느꼈던 것을 여러 번 떠올리는 '기억의 반추'도 있다. 이는 과거의 실패로부터 배우고 다시는 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 중 하나이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여러 번 느끼게 된다. 아울러 신경 네트워크의 기억이 다른 정보와 보다 강하게 연결돼 무의식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기억이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험을 줄이고 싶다면 기억의 '재고정화(再固定化)' 프로세스가 유효하다고 홀포드 박사는 조언했다. 

재고정화란 다음에 그 기억을 불러일으킬 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정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시험이나 면접을 잘 못 봐서 불안했을 때'를 떠올릴 때마다 슬픈 마음이 든다면 일부러 그 기억을 되새기고 세세한 부분까지 떠올리며 '힘들었지만 당시 나는 도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다음에 생각났을 때 부정적 감정이 희석되고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쉬워진다.  

또 '기억의 반추'가 일어났을 때는 손으로 뭔가 다른 일을 하거나 주변의 경치나 소리에 집중하는 등 주의를 돌리면 기억의 반추를 깨우는 사고회로를 멈출 수 있다. 

홀포드 박사는 "합리적이고 사려 깊은 방식으로 본인의 경험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부정적 기억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뇌는 우리의 경험을 조금씩 떠올리게 하지만, 스스로가 과거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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