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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전자제품에 탑재되는 칩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칩의 수명이나 재활용의 어려움 등으로 매년 대량의 전자폐기물이 생산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칩의 기판 소재로 '버섯'을 이용함으로써 친환경 칩을 제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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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성 금속으로 구성된 전자 회로는 '기판(substrate, 基板)' 위에 배치되고, 기판은 절연 및 냉각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기판은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폴리머로 구성돼 칩의 수명이 다하면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연간 5000만 톤(t)에 달하는 전자폐기물을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오스트리아 린츠에 위치한 요하네스케플러대(Johannes Kepler University) 연구팀은 불로초과(Gano‐dermataceae) 버섯인 영지(Ganodermalucidum)를 사용해 칩 기판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 

버섯으로 기판을 만든다는 발상이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미 버섯의 균사체를 원료로 하여 동물의 가죽과 같은 소재를 만드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고, 버섯 균사체 유래 가죽 소재 '마일로(Mylo)'는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버섯 가죽 마일로(Mylo)로 만든 캐나다 룰루레몬社의 핸드백과 요가 매트 시제품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룰루레몬社

썩은 목재 표면에서 성장하는 영지의 균사체는 박테리아와 다른 진균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튼튼한 외피를 형성한다. 이 외피를 추출해 건조시키면 유연성이 뛰어나고 우수한 절연성능을 가진 소재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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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 소재는 종이와 비슷한 두께를 가지면서 섭씨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 전자회로 기판에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균사체로 만든 기판 위에 금속 회로를 탑재하는 실증 실험도 진행해, 표준 플라스틱 폴리머와 거의 동일한 전도 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확인했다. 균사체 소재는 2000회 이상 구부려도 사용할 수 있고, 블루투스 센서 등 저전력 단말용 배터리에도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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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의 마틴 칼텐브루너(Martin Kaltenbrunner) 박사는 "균사체로 제작한 기판은 습기나 자외선을 멀리한다면 수백 년 이상 견딜 수 있는 반면, 토양 속에서는 약 2주 만에 분해되는 생분해성으로 손쉽게 재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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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웨스트잉글랜드 대학 앤드류 아담츠키(Andrew Adamatzky) 교수는 과학 매체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와의 인터뷰에서 "제작된 프로토타입은 인상적이며 연구 결과는 획기적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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