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의료 기술의 진보로 인간의 수명이 크게 늘었지만,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의 '간(肝)'은 기증자에서 환자로 이어져 100년 이상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외과 학회(ACS·American College of Surgeons)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됐다.
장기이식은 이식 시점의 장기가 건강한 상태인지와 이식 후 얼마나 기능이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와 장기이식 생명공학 기업인 트랜스메딕스(Transmedics) 연구팀은 이식에 사용되는 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능을 유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 장기공유연합네트워크(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90년~2020년에 이식된 25만3406개의 간 가운데 25개가 기증자와 환자 체내에서 누적 100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간 기증자는 이식 시점 평균 연령이 84.7세로 상당히 고령이며 당뇨병 유병률과 이식에 따른 감염병 발병률도 낮았다.
연구팀 일원이자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외과 전문의인 크리스틴황(Christine Hwang) 박사는 "이전에는 고령자의 간을 이식받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기증자 후보의 연령층을 넓힘으로써 더 많은 간이 이식되어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100년 넘게 기능한 간을 기증한 사람은 간독성 지표인 아미노기 전이효소 수치가 낮았다. 아미노기 전이효소는 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간 이식을 받으면 효소가 혈류 중에 누출돼 수치가 상승하고 이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간 이식을 받은 환자도 간 이식 등록 환자의 중증도 판정에 사용되는 MELD 점수가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소속 야쉬 카다키아(Yash Kadakia) 연구원은 "간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회복력을 가진 기관"이라며 "기증자와 환자의 건강상 요인과 의료 기술의 진보 등이 합쳐진 결과, 이식된 간이 100년이 넘도록 계속 기능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