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예상 못했다는 카카오 부사장 그게 할 소리냐?
카카오 사태에 국가 직접 개입…국가안보실, 사이버안보 TF 구성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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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한두 차례도 아니고 불안해서 지속할 수가 없습니다. 업무도 업무지만 중요한 소통을 카톡(카카오톡)에 의존했던 만큼 비상상황 시 백업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플랫폼을 더이상 이용하기 싫어서 탈퇴했습니다. 라인 또는 텔레그램으로 옮기려고요. 저희 회사 역시 업무용 메신저를 텔레그램으로 바꿨습니다.” (직장인 유OO씨)

적지 않은 시간 이용했던 카카오톡, 주거래 금융 수단이던 카카오뱅크, 차량 네비게이션 보다 더 많이 활용했던 카카오 맵, 그리고 15년 이상 사용했던 다음 메일에서 탈퇴했다. 그 외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카카오와 연관된 서비스도 찾아내 탈퇴할 것이다.

시원섭섭하다. 무엇보다 15년을 애용했던 다음 메일을 탈퇴하고 네이버로 옮겼는데 조금은 어색하기 때문이다. 곧 익숙해지겠지. 무엇보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비상상황에 따른 대처 및 복구 능력이 카카오보다 안전할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참 편리했는데 카카오뱅크라는 인터넷 은행 서비스 말이다. 얼마 되지 않은 잔액을 시중 통장으로 이체하고 탈퇴 및 앱을 삭제했다. 초연결시대를 강조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혁신 IT 기업 카카오의 민낯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역대급 ‘먹통’ 사태를 초래한 카카오 그룹이 사고 이틀 만에 모든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카카오의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관련 계열사들의 주가는 치솟던 거대한 날개가 부러진 듯 추락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4분기 실적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주가 하락만큼이나 관련 서비스 가입자들의 탈(脫)카카오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영구적인 이용자 이탈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민 4700만 명이 가입했다는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들이 화재 한방에 속수무책 기능을 잃고 좌초하면서 화려하게 포장되고 거대하게 외형만 키운 무대책 IT 기업에 중독돼 일상을 빼앗겼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용자들의 허탈함이 묻어나오는 순간이다.

직장인 박응균은 “솔직히 스스로 놀랐다. 카카오가 제 기능을 상실하는 순간 나의 일상도 정체된 뭐 그런 무기력감이 들었다.”면서 “카뱅(카카오뱅크) 이용도 잘 안되고 카페에서 커피값 결제도 안되고 무엇보다 지인들과 카톡(카카오톡) 먹통이 제일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데일리포스트=카카오 부사장 양현서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카카오 부사장 양현서 / DB 편집

4700만 명…말 그대로 전 국민이 카카오 중독에 빠졌던 만큼 먹통 사태에 따른 불편함에 길어질수록 피해 역시 동반 상승했다. 일상을 빼앗긴 이용자들은 결국 카카오 보다 안전한 새로운 서비스를 찾아나섰다.

직장인 이영태는 “텔레그램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회사나 부서, 그리고 친구 등 지인들 간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가 카카오톡이었다.”면서 “이번 먹통 사고를 계기로 부서 단톡(카카오 단체 톡) 대신 해킹 염려도 없고 현재까지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텔레그램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텔레그램은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는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0년 성착취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N번방 사건’이 해킹과 법의 접근이 비교적 어려운 텔레그램을 통해 자행되면서 알려졌다. 실제로 클라우드 기반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Telegram)‘은 N번방 가담자 뿐 아니라 정치인까지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업 각 부서 메신저로 활용되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반사이익을 취하는 곳은 비단 텔레그램에 그치지 않고 있다. 같은 데이터센터에 입점했지만 카카오와 달리 이원화 시스템이 실제로 잘 갖춰져 피해 규모가 최소화에 그친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앱 ’라인(LINE)’ 역시 카카오에서 탈피한 이용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 먹통 사건 직후 라인의 경우 지난 14일 43만 명에서 16일 128만 명으로 사용자가 무려 85만 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카오에서 라인으로 갈아탄 다음 아이디 JohnXX은 “반복적인 먹통 현상에 짜증도 났지만 카카오에서 이탈해 라인으로 옮긴 결정적 요인은 카카오 부사장의 기자회견 때문”이라며 “화재가 발생하는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게 할 소리냐?”고 일갈했다.

모든 예상 가능한 재난에 대비해서 분산 백업서버 만들고 투자하는 것인 재난 대응의 기본인 만큼 화재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았어야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카카오 장애 사태를 계기로 국가안보실 주재로 ‘사이버안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안보실은 이번 사태를 통해 국가 사이버 재난 컨트롤타워를 맡아 사이버 재난 및 보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함께 직접 챙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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