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남궁훈 카카오 각자 대표 / 카카오 데이터센터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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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우리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다져나가겠습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취임사 中)

지난 3월 카카오 본사에서 열린 제 27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신규 대표로 선임된 남궁훈 카카오 대표의 리더십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 카카오를 세계 최정상 기업으로 도약시킬 공격수를 자처했던 남궁훈 대표이사가 국내 시장 수성에도 진땀을 빼는 불안한 수비수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남궁 대표의 글로벌 진출 선언은 그동안 카카오가 비판을 받아온 골목상권 침투, 쪼개기 상장(자회사 물적분할), 경영진 자사주 대량 매도 등의 논란을 해결하면서 더 큰 성장을 기대케 하는 비전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지난 6월 ‘메타버스 근무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데 이어 7월에는 ‘모빌리티 매각’ 이슈로 책임 경영 회피에 대한 질타를 받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남궁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카카오는 지난 7월 홍은택 공동체얼라인먼트(CAC) 공동센터장을 각자 대표로 선임하며 남궁훈·홍은택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결국 새롭게 추진하려 했던 일들은 거센 반발에 부딪치며 원점으로 돌아갔고, 다시금 새로운 플랜을 가동해야 할 시점에 카카오의 기반을 흔들 거대 악재가 또 발생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서비스 다수가 장시간 장애를 일으킨 사고는 카카오를 향한 이용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며 이용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카카오톡 탈퇴 러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확장이 아닌 내실 다지기를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을 상황이다. 이미 카카오는 이러한 재난 상황에 대비해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저장하는 이원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히지만 이원화 조치를 적용했음에도 서비스를 빠르게 정상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대비를 해왔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고, 빠르게 수습이 된 네이버와 달리 장시간 서비스 먹통으로 카카오는 시스템 안정성에 더 큰 불신을 초래했다. 이를 의식한 듯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공동대표들은 사과와 함께 “안전 점검 및 사고 예방 조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기술적 재발 방지책을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카카오는 이번 사건으로 한동안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이번 사고로 인해 제대로된 이원화 시스템을 구축해 검증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상당한 자금과 인력이 투입돼야 할 것이기에 신사업 개척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에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카카오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안산의 한양대 캠퍼스에 첫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며, 제주와 서울대 시흥캠퍼스에도 데이터센터 구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함이 느껴진다. 넷플릭스만 해도 글로벌 12개 권역마다 서버를 분산해서 두고, 각 권역 안에도 물리적으로 분리된 복수 이상의 서버를 두고 있다.


어찌 보면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에 나설 예정이던 카카오에게 이번 사고는 ‘다행’ 일지도 모르겠다. 카카오가 세계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던 상황에서 이런 장애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브랜드 이미지는 한순간에 추락하고, 천문학적인 피해보상까지 이뤄져야 하는 아찔한 상황과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발판이 부실하면 제대로 된 도약을 이룰 수 없다.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다면 카카오는 그에 걸맞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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