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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올 여름 미국 중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강에서 수영을 하던 한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희귀하지만 치명적인 이른바 '뇌 먹는 아메바(brain-eating amoeba)'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 때문이다. 

이후 잠잠했던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최근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다시 외신 헤드라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 온난화로 번식 늘어...美 전역으로 서식지 확대

따뜻한 강이나 호수 등에 사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사람 코를 통해 몸에 침투하며 뇌로 이동해 조직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대기 온도 섭씨 30도 이상의 따뜻한 물에서 가장 잘 서식하고 섭씨 46도까지 견딜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뇌를 먹는 아메바의 서식 범위가 미국 북부와 중서부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선 사망 사례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동안은 발병사례가 미국 남부 지역에 주로 국한됐지만, 온난화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서식 범위가 점차 북쪽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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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메바가 유발하는 질병인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의 발병은 매우 희귀한 편이다. 미국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21년 사이에 31건의 사례만 보고됐다. 

또 CDC에 따르면 1962년에서 2020년 사이 151명이 감염됐는데 이 중 4명 만이 살아남았다. 2020년에는 미국 텍사스주 한 도시의 수돗물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검출되면서 재난 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2022년 현재 한국 내 감염 사례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 특별한 예방책도 치료제도 없어...치사율 97%

걸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문제는 일단 감염이 되면 치료약이 없고 증식 속도가 빨라 침투 후 치사율이 무려 97%에 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초기 증상에서는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다른 세균성 수막염과 증상(두통·발열·구토)과 유사하고, 잠복 기간 후에는 어깨결림이나 평형감각 상실 등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후 경직·환각·혼수상태로 급속히 상태가 악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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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발병 사례가 18세 미만의 남성에게 나타났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청소년들이 여름철에 병원체 서식 가능성이 있는 호수나 강에서 노는 빈도가 높기 때문일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몰고온 기후 위기는 병원체 유입을 늘릴 수 있는 홍수 및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UCR) 윤 셴(Yun Shen) 교수는 "가뭄 지역에서는 병원체가 수역에 집중돼 사람이 물가와 밀접하게 접촉할 때 병원체 노출량이 증가할 수 있다. 또 범람 지역에서 물은 병원체를 옮길 수 있다. 가령 홍수는 토양 또는 수생 환경에서 서식하던 병원체를 집과 건물로 옮길 수 있어 감염 확률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지속되는 수온 상승으로 아메바의 번식과 성장은 빨라졌지만 확실한 예방책과 치료방법이 없어 앞으로도 감염 사례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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