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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휴머노이드 ‘소피아’처럼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AI) 로봇의 등장에 어색함을 느낄 새도 없이, 글을 쓰는 기자, 예술작품을 만드는 예술가,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광고 속 모델 등 AI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을 대체하며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1970년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森 政弘)는 로봇이 인간과 닮을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구간에서 갑자기 강한 공포감·거부감·불쾌감 등을 느끼게 된다는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 Uncanny valley)'이론을 제창한 바 있다.

하지만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 언캐니 밸리를 넘을 만큼 완벽한 가짜의 등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텍스트·음성·이미지·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deep fake)’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덕분이다. 

"I am your father(내가 네 아빠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사일 것이다. 대사의 주인공인 '다스 베이더' 목소리를 40년 넘게 더빙한 미국 배우 제임스 얼 존스가 다스베이더 역을 은퇴했다.

1977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에서 다스 베이더가 첫선을 보인 이후 존스는 베이더의 목소리를 맡아왔지만 올해 91세가 된 그는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다스 베이더를 맡아 열연한 영국배우 데이브 프라우즈는 이미 2020년 별세했다. (프라우즈의 영국식 억양이 할리우드 악당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목소리는 존스가 담당했다.)  

미국 영화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스타워즈 시리즈의 악역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가 이미 AI로 재현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AI 음성 변조 기술 스타트업인 리스피처(Respeecher)가 스타워즈 제작사인 루카스필름으로부터 권리를 넘겨받아 존스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팬의 향수를 달래주는 존스의 목소리는 올해 5월부터 디즈니+에서 방송되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에 사용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드라마 속 다스 베이더의 목소리는 존스가 마지막으로 연기한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스피커의 합성 음성은 이전에도 루카스 필름 작품에 적용됐다. 2019년에 방영된 디즈니+에서 방영된 첫 번째 스타워즈실사 드라마 시리즈 '만다로리안'과 만달로리안의 외전으로 2021년 방영된 '보바펫'에 등장하는 젊은 날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과 목소리는 합성으로 밝혀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드 '만달로리안' 시즌 2에 등장한 딥페이크로 구현된 '루크 스카이워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Lucasfilm

2016년에 공개된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는 1994년에 사망한 배우 피터 커싱이 과거작에서 연기한 윌허프 타킨(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대총독)을 재등장시키기 위해, 다른 배우가 연기한 얼굴의 모션 캡처를 바탕으로 CG로 커싱의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이처럼 AI를 이용한 변환 기술 딥페이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편, 누구나 쉽게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서 딥페이크 포르노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딥페이크가 가장 유망한 AI 분야 중 하나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감이 공존하는 가운데, 영화 속 딥페이크 기술 사례처럼 단편적일지라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사용법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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