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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열대 지역은 다양한 생명으로 넘쳐난다. 열대 우림은 면적이 지표의 단 2%지만 동·식물 종(種)의 무려 50%가 이곳에 서식한다. 

유명한 독일 탐험가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1769~1859)는 이미 1807년 열대에 가까워질수록 구조의 다양성·형태의 우아함·색의 혼합 정도·생명이 가진 젊음과 활력이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채로운 색을 자랑하는 생물이나 기묘한 외형의 동물 등, 열대에 이처럼 다양한 생명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가 해설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앤드루 돕슨(Andrew Dobson) 교수에 따르면 '위도에 기반한 생물다양성 구배'로 알려진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은 크게 다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풍부한 에너지

이 가설은 열대지방의 일조시간이 길고 태양광 에너지가 풍부해, 강수량과 토양의 충분한 영양분과 맞물려 식물의 성장이 촉진되고 그것이 생태계를 지탱한다는 설이다. 진화론 관점에서 식물의 번식이 활발할수록 동물의 다양성도 높아진다는 것.

이에 대해 돕슨 교수는 "식물이 다양해지면 식물을 먹는 생물도 증가해, 특정 식물을 먹는 스페셜리스트나 다양한 식물을 먹는 제너럴리스트 등이 태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초식 동물을 먹는 육식 동물도 스페셜리스트나 제너럴리스트가 되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빙하가 생기지 않는 더운 기후 

두 번째 가설은 열대지방은 대규모 빙하로 덮이기 어려운 환경으로 생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현대의 생물 대부분은 지난 2억 년 동안 몇 번의 빙하기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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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가 찾아오고 북극과 남극의 얼음 분포가 확대되면 그때까지 번성하던 생명은 사라진다. 하지만 빙하기에도 얼지 않는 열대에 서식하는 생물은 이 시간에도 진화와 종의 다양화를 계속할 수 있다.

◆ 높은 환경 수용력

환경 수용력(Environmental capacity)이란 하나의 생태계에서 개체군의 수가 증가할 수 있는 최대치를 의미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열대지방에는 더 많은 자원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는 풍부한 에너지를 이유로 든 첫 번째 가설과 연관성이 있다.

하지만 체코 프라하 칼렐 대학의 생태학자인 데이비드 슈토르히(David Storch) 교수에 따르면 열대에서는 새로운 생물종이 탄생하는 종분화(Speciation)가 진행되는 한편, 멸종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좁은 지역에서 많은 생물이 생존경쟁을 벌이면 각각의 종 집단은 작아지고 멸종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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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지방은 '생물의 요람'이자 다양하고 오래된 종을 보존하는 '박물관'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두 번째 가설과도 이어진다. 슈토르히 교수는 "물론 지금까지 열대에 등장한 모든 종이 생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분화와 멸종 속도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열대는 환경 수용력으로 다양한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밀했다. 

이러한 가설의 바탕은 위도에 기반한 생물다양성 구배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남극의 풍부한 먹이를 먹고 번영하는 펭귄과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패해 한랭지에 퍼져 있는 침엽수 사례다. 이처럼 열대가 아닌 한랭한 기후 적응 속에서 생기는 다양성도 있다고 슈토르히 교수는 지적했다. 

또 열대에 가까울수록 다양성이 증가한다는 법칙과는 반대로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다양해지는 유형의 생물도 존재하는데 바로 기생충이다. 많은 종의 생물들이 함께하는 열대에서는 특정 종의 개체 수가 적어지는 경향이 있어 만일 숙주가 멸종한다면 기생충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반면 위도가 높은 지역은 열대지방보다 다양성은 떨어지지만 개체수는 많아 기생충 입장에선 환경 수용력이 높은 셈이다. 이처럼 전체적인 생물 다양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특정 분야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다양한 생태계를 키우는 '종분화 펌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돕슨 교수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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