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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아이를 임신한 여성의 체내에서는 호르몬 균형이 변화해 심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엄마뿐만 아니라 처음 아이를 가진 아빠의 뇌'에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논문은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대뇌 피질(Cerebral Cortex)'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erebral Cortex(2022.09)

여성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경험한다. 2016년 연구에서는 임신한 여성의 뇌는 회백질과 해마가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변화는 엄마가 되기 위한 적응 과정으로 육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는 아빠의 경우 아이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영향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며, 뇌 용적 증감에 관한 지난 연구 결과도 모순이 있거나 불완전하다. 또 아빠는 엄마와 마찬가지로 '산후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는 적다고 과학 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은 지적했다. 

이에 스페인과 미국 연구팀은 '출산 전후 아빠의 뇌'를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로 스캔해 뇌 용적 변화와 두께 등을 분석했다.

스페인과 미국에서 절반씩 구성된 총 40명의 실험 참여자는 모두 아내를 가진 이성애자다. 스페인 참여자는 아내의 임신 전과 출산 2~3개월 후, 미국 참여자는 아내의 임신 기간 중~후기와 출산 7~8개월 후 MRI 검사를 받았다. 연구팀은 대조군으로 자녀가 없는 17명의 스페인 거주 남성의 뇌를 함께 검사했다. 

뇌 스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처음 아이를 가진 아빠는 평균적으로 뇌 회백질 용적의 1~2%를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백질 감소는 주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로 불리는 뇌 활동 및 시각 네트워크와 관련된 부위에서 발생했다. 

이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 기본적으로 작동하는 모드로 멍한 상태 혹은 몽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지는 뇌 영역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Scientific Reports(2020.04)

뇌 용적이 줄었다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녀와의 유대감을 강화해 아버지 역할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시각 네트워크에서 피질 용적이 감소한 것은 '아빠는 자녀가 없는 남성보다 시각 기억 작업이 뛰어나다'는 2020년 연구 결과와도 부합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아빠가 아이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데 시각계가 독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아빠가 되면서 생기는 구조적 변화가 육아와 자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아직 미개척 분야이며 향후 연구에 흥미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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