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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장 내부에 서식하고 있는 세균은 '장내균'이라고 불리며, 장내균의 상태와 다양성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러한 장내균이 '장 이외의 장소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장내균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앞선 연구를 통해 장내균은 만성적인 염증·체중 증가·우울증 등의 질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내균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대표적 가설 중 하나는 장 점막이 얇아져 '장누수'(leaky gut)'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해로운 세균이나 노폐물 등이 장 밖으로 새어 나와 여러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예일대 면역생물학 노아 팜(Noah Palm) 교수는 "잠재적으로 병원성이 있는 세균이 건강한 사람의 체내에 수십 년 동안 존재하면서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하나의 수수께끼였다"고 말한다. 이에 연구팀은 장내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진화하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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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에 사람 장내균총의 약 6%를 차지하는 장구균(Enteroccus gallinaum)을 투입해 3개월간 모니터링했다. 

실험 결과 장구균은 쥐 장내에서 두 가지 다른 유형으로 진화하는 것이 관찰됐다. 한 유형은 원래 균주와 유사했지만, 다른 유형은 DNA 변이를 통해 장 점막에서도 서식할 수 있었고 장을 탈출해 림프절이나 간에서도 살아남도록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변이된 장내균은 장기에 숨어 적어도 일시적으로 면역계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내균의 존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이는 '숙주 내 진화'로 불리는 현상이다. 개체 간에는 비병원성 세균이 우선적으로 전달되기 쉬워 새로운 숙주마다 진화가 재개된다.  

팜 교수는 "장내균이 다양하면 개별 세균이 얻을 수 있는 자원량이 한정되기 때문에 개체 수도 감소하고 위험한 변이를 이룬 병원균이 나타날 가능성도 줄어든다. 하지만 장내균의 다양성이 낮을 경우 위험한 변이를 가진 병원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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