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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유행병(epidemic)의 합성어로 거짓정보가 마치 유행병처럼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5G 기지국이 코로나19 감염을 확대시킨다"는 어이없는 음모론이나 "백신에는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칩이 들어 있다"는 황당한 가짜 주장을 한번쯤 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 대선 음모론이나 백인들이 소수인종으로 전락하는 '대교체(great replacement)' 음모론 등에 심취한 이들이 실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대중은 물론 학자·언론인·정치권에 널리 퍼져 많은 비난의 화살이 소셜미디어를 향했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이 실제인지를 조사한 연구는 거의 없다.

넘쳐나는 가짜 뉴스로 음모론을 접할 기회가 증가했다는 인상과는 달리 음모론이 최근 급증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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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우신스키(Joseph Uscinski) 마이애미대 교수와 애덤 엔더스(Adam Enders) 루이빌대 교수 등 정치학자가 중심이 된 미국 연구팀은 음모론이 최근 실제로 증가 경향을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상과 내용이 다른 4가지 음모론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1966년~2020년 사이 미국에서 진행된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코로나19와 큐어넌(QAnon·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 음모론 단체) 등에 얽힌 신종 음모론과 진주만 공격 당시 미국 대통령이 사전에 감지했다는 진주만 공격 음모론이나 로스차일드 가문에 대한 오래된 음모론을 믿는 사람의 비율 추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과거와 현재 총 37종의 음모론 중 4~10% 포인트 이상의 유의미한 증가를 보인 것은 6종뿐이었다. 나머지 16종은 거의 변화가 없었고 15종은 유의하게 감소했다. 즉 37가지 음모론 중 31가지가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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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는 독일·영국·이탈리아·폴란드·포르투갈·스웨덴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두 번째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GDP와 인구가 다른 유럽 6개국에서 조사된 6가지 음모론 가운데 2016년과 2018년 조사에서 두드러진 증가를 보인 것은 스웨덴 홀로코스트 부정 음모론뿐이었다. 스웨덴에 홀로코스트는 없었다고 믿는 사람은 2016년 1%에서 2018년 3%로 증가했다. 

또 미국인에게 '프리메이슨(Freemason)'이나 '대기업' 등 종종 음모론의 배후로 지목되는 조직에 대해 2012년·2016년·2018년·2020년 네 차례에 걸쳐 물어본 세 번째 연구와 특정 음모론이 아닌 '나라를 진짜 움직이는 사람들을 유권자는 모른다'는 식의 음모론적 신념이 2012~2021년 사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본 네 번째 연구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음모론자가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엔더스 교수는 "미국이 음모론에 휩쓸려 포스트 트루스(post truth, 탈진실) 시대 에 돌입했다는 대중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를 통해 음모론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논문 최대 저자인 우신스키 교수는 "일부 음모론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대부분의 음모론은 인기가 식고 있다. 어느 시대나 아마도 정치적 이유로 특정 음모론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그 밖의 많은 음모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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