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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WHO가 새롭게 원숭이두창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올 여름은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곳곳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류가 직면한 감염병의 절반 이상에서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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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의 도화선이 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는지 정량화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이에 미국 하와이대학과 위스콘신-매디슨대학 연구팀은 온실효과 가스 배출량 증가와 관련한 10개의 기상 재해, 즉 대기 온난화·해양 온난화·열파·가뭄·산불·호우·홍수·폭풍·해수면 상승·토지 피복율 변화(삼림 감소)에 주목해 관련 문헌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검색을 통해 총 7만 7000건 이상의 논문을 발견했다. 해당 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는 1006가지에 달하는 감염 경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감염병 375종 중 58%에 해당하는 218종이 실제로 기후 재해로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되는 감염병은 모기·박쥐·쥐의 매개로 감염되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감염병에 영향을 주고 있는 기후 재해 종류로는 대기 온난화가 160여 종의 감염병에 영향을 미쳐 가장 많았고, 호우 122종, 홍수 121종, 가뭄 81종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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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기후변화가 감염병 피해를 확대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아래 네 가지 요인을 거론했다. 

◆ 기후 재해로 병원체가 인간에 접근

이는 기후 재해로 인해 위험한 감염병을 매개하는 생물의 서식 영역이 이동함에 따라 발생한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온난화와 강수 패턴의 변화로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 많은 병원체를 매개하는 모기 분포의 변화를 들 수 있다. 

◆ 기후 재해로 인간이 병원체에 접근

기후 재해로 인간 역시 이동하거나 행동 패턴을 변경할 수 있다. 가령 폭염이 발생하면 물가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물을 통한 감염이 확산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최근 미국 캔자스주 야생동물 공원 분수에서 물놀이를 한 사람들이 잇따라 급성 위장질환을 일으킨 사례를 언급하며 공원 분수 등의 물을 입에 넣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 기후 재해로 한층 강력해진 병원체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병원체 매개 생물과 접촉할 기회가 증가하거나 병원체 자체가 인간의 감염 증상을 악화시킬 능력을 높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폭우나 홍수의 물이 모기 번식지가 되어 감염병이 증가하는 경우나, 기온 상승이 바이러스 내열성을 높여 인간 발열에 적응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곰팡이균 '칸디다 아우리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pedia

2005년 일본에서 발견된 곰팡이균 '칸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는 그동안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에게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항생제 내성 슈퍼버그로 부상해 세계적은 우려가 되고 있다. 연구팀은 칸디다 아우리스가 치명적인 병원균으로 진화해 급증한 원인 역시 기온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무더운 도시 지역의 곰팡이균은 비교적 서늘한 농촌 지역의 곰팡이균보다 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기후 재해로 인간의 병원체 저항력 약화

기후 재해가 병원체를 강화하는 한편, 인간의 감염증 면역 능력은 저하된다. 기후 재해로 식량이나 물자가 부족하면 영양실조로 체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로 인체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또 재해로 피난 생활을 하게 되면 병원체나 병에 걸린 사람과의 접촉이 증가할 수 있고 위생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건강과 생명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며 기후변화 대책의 필요성을 재차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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