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미국 규제 당국이 승인한 항암제의 임상시험 300건 이상을 감사한 연구를 통해 승인 근거가 되는 시험 데이터의 절반 이상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임이 새롭게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종양학 학술지(JAMA Oncology)에 게재됐다.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은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 후 당국의 인증을 받아 의료현장에 전달된다. 이러한 임상 데이터는 제3자 기관이 검증하거나 다른 연구자가 참고하기 위해 공개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호주 플린더스대 나탄시 모디(Natansh D. Modi) 박사 연구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항암제 임상시험 데이터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FDA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승인한 115개 항암제를 사용한 304건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검색한 결과, 익명 환자의 데이터가 공개된 것은 136건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45% 수준에 불과했으며, 그 외 데이터는 몇 개월이 걸리는 제약사에 대한 정보청구가 필요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AMA Oncology

특히 대상을 가장 대표적인 3개 항암제인 니볼루맙(Nivolumab)·펨브로리주맙(Pembrolizumab)·포말리도마이드(Pomalidomide)로 좁혔더니 가용 데이터 비중은 10% 미만까지 떨어졌다.

항암제처럼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이 성별·나이·인종이 다른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려면 해당 약과 관련해 수행된 여러 시험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샘플 크기를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연구는 '시스터매틱 리뷰(systematic review)' 또는 '메타 분석(meta-analysis)'으로 불린다. 

제약사는 경쟁을 위해 다른 제약사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시스터매틱 리뷰나 메타 분석은 독립된 연구자가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가 데이터를 입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디 박사는 "연구자가 임상시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여러 시험을 계통적으로 조사하는 연구를 할 수 없다"며 "가령 '이 약은 여성에게 사용해도 괜찮은가?' '아시아인이나 노인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인가?' 등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제약사가 제시한 답변 상당수는 '장기적인 후속 데이터 수집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디 박사는 이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인 후속 조치는 물론 필요하지만, 약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초기 데이터를 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