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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각국의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2024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철수할 것이며, 그때까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방의 제재를 거론하며 ISS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는 러시아가 재차 이를 확인하면서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파트너 국가가 서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ISS의 운용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서방 제제로 ISS 완전 탈퇴 선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우주개발을 담당하는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ROSCOSMOS)'의 유리 보리소프 신임사장이 만나 2024년 이후 ISS 철수 결정을 재차 확인했다고 러시아 관영매체인 타스(TASS) 통신은 전했다. 

보리소프 사장은 "러시아가 2024년 이후 ISS에서 탈퇴한다는 것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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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규정에 따라 2024년까지 ISS 운용에 종사해야 하지만 ISS 노후화 등의 문제로 철수를 이전부터 계획해 왔다. ISS 사업은 러시아·미국·유럽·캐나다·일본을 비롯해 16개국이 출범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1998년 착공을 시작해 2010년 완성됐다. NASA가 올해 1월 당초 2024년까지 운용을 계획했던 ISS를 2030년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러시아는 프로젝트 탈퇴를 예고한 바 있다. 

ISS 노후화와 더불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인 것도 철수 이유 중 하나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되자 유럽연합(EU)도 러시아 우주산업 분야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서방의 제재 이후 러시아 은행 계좌가 동결되고 하이테크 장비 공급이 금지되자 로스코스모스는 위성 발사의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지난 2021년 드미트리 로고진 당시 로스코스모스 사장은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한 2025년까지 러시아는 ISS를 떠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NASA에 철수에 대한 공식적인 의사를 전달하지 않아 이번 결정이 서방의 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러, 독자 정거장 구축 계획 본격화되나 

보리소프 사장은 이날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러시아 궤도 서비스 스테이션(ROSS)' 개발에 착수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독자 우주정거장 건설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다. 2028년까진 자체 우주정거장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우주 개발팀은 "ISS 운용과 독자적인 우주 스테이션 건설을 병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타스는 덧붙였다. 

알렉산더 세르게예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회장은 "ISS 운용을 유지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궤도상에서 보내 과학연구프로그램의 부담이 편중된 상황이다. 이런 상태로는 ISS 효율을 논하기 어렵다"며 여러 나라의 공동 프로젝트인 ISS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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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소프 사장은 "물론 파트너에 대한 의무는 다하겠지만 2024년 이후 스테이션 철수를 결정했다"며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이 우주산업의 '우선사항'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으로 ISS 운용뿐만 아니라 로켓 엔진과 측위 시스템 개발 등 그동안 러시아와 협력해 진행해온 프로젝트가 정체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030년까지 ISS를 운영할 예정이었던 NASA 측은 "러시아의 공식 탈퇴 의사 전달은 없었다. 공식적인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역시 "러시아의 ISS 철수 소식은 그간 ISS가 수행해 온 중요한 과학적 업적 및 각국 우주기관이 수년에 걸쳐 이뤄온 귀중하고 전문적인 협력 측면에서 불행한 사건"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미국 시카고대 조던 빔 박사는 "러시아의 성명은 ISS의 미래에 좋은 징후는 아니다"며 "러시아의 철수가 향후 ISS 유지에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30년 운용 정지가 결정된 ISS는 이후 지구에 낙하시켜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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