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그래도 이 정도에서 마무리가 돼서 정말 다행입니다. (아이고…) 어쩌겠습니까? 공장은 돌아가야 하니까요. 고작 일주일 물류가 원활하지 않으니까 2조 원 육박하는 경제 손실 피해가 발생했잖아요. 하나를 주니까 열 개를 달라는 식의 포문을 열어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재계 관계자)

8일 만에 종결됐다. 올해 마감 예정인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촉구하며 물류 대란의 거센 폭풍을 짧지만 굵게 일으켰던 화물연대 파업이 말이다.

“(타결)되네 마네” 하는 것이 몇 차례였다.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게만 느껴지는 시계추처럼 정부(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집행부의 협상을 지켜보는 산업 전반 기업들의 속은 빠르게 타들어 가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화물연대 중심의 협상안이 타결됐지만 1차 협상 실패, 2차 협상 실패, 파업 사태를 마주하는 정부는 시종일관 미온적이었다. 주무 부처로서 역할을 방관하고 정치권의 눈치만 살피면서 툭툭 별 효과 없는 멘트만 던질 뿐 8일간 지속된 파업 과정에서 그 역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 개점휴업만 반복했던 국토부, 해법도 대안도 없으면서 책임 전가하고 일몰제 연장 불가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던 식물 정치권을 지켜봐야 했던 피해 기업과 국민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했다.

결국 이렇게 그들(화물연대)이 원하는 것을 내줄 것이면서, 국가 경제 피해만 키우고 국민의 피로감만 키웠다니 분통이 터진다. 해법과 제언은 전혀 없이 똬리를 틀고 앉은 구렁이의 음흉스런 눈빛으로 파업 과정을 지켜보던 정치권은 협상 타결에 대해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대승적인 합의를 한 것”이라며 공허한 나팔만 불어댔다.

화물연대 파업 철회를 위한 협상 타결에 일말의 도움도 없던 정치권이 발 빠르게 숟가락을 올리고 있다. 모든 책임은 국민의 힘으로 몰아가던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안전운임제 성과를 부각시키며 진작에 제도화했어야 한다.”고 추임새까지 놓치지 않았다.

마치 드라마틱하게 타결된 이번 안전운임제 연장이라는 메뉴를 놓고 주체인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 여기에 한발 물러서 관망세를 유지했던 정치권까지 논공행상을 펼치고 있으니 우습지 않을 수 없다.

화물연대 파업 8일 동안 국내 산업 전반에서 발생한 피해 금액은 무려 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 기업들의 물량이 출하도 되지 못한 채 지역별 공장 창고에 쌓였으며 시멘트 운송 불능에 따른 전국의 건설현장이 업무가 마비됐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완성차 역시 생산과 배송이 되지 못해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됐으며 일상생활에서 즐겨 찾는 하이트진로 주류 배송에도 제동일 걸리면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

“우리가 치워야죠. 우리가 감당해야죠. 언제나 그래왔으니까요.”(A 건설사 관계자) 가파르게 치솟은 경윳값, 그리고 물가상승을 감안할 때 안전운임제는 절대 필요하다는 화물연대는 결국 자신들의 생활비 투쟁에서 승리했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번 협상 타결의 공적(功籍)을 놓고 자화자찬에 빠졌다. 누적된 피해는 고스란히 산업계가 떠안아야 할 몫으로 남았는데 말이다. 그저 그렇게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8일 만에 파업을 철회한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니 말이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은 알아야 한다. 항상 국가의 번영을 위해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호의를 베풀어주니 나중에는 당연한 권리인줄 알더라.”라는 말이 있다.

윤석열 정부들어 처음 치러진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국가 경제를 뒤흔든 집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가 반복되면 안된다. 그들은 하나를 주면 그에 만족하지 않고 열 개 이상도 요구하며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고도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