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5월이지만 낮 기온이 벌써 30도까지 올라가는 등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낮뿐만 아니라 야간 기온 상승을 초래하는 기후변화로 세계 각지 사람들의 수면시간이 감소해 건강피해가 우려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하나의 지구(One Earth)'에 게재됐다.
앞선 연구를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망 사고가 증가하고 기온 상승으로 자살률이 높아지는 등의 영향이 확인된 바 있지만, 근본적인 메커니즘은 규명하지 못했다. 또 기온 상승으로 건강에 필수적인 수면의 시간과 질에 악영향이 나타난다는 연구의 상당수는 실험 참여자의 보고에 의존하거나 지역이 편중된다는 문제가 존재했다.
더위가 인간의 수면에 가져올 영향을 정확히 특정하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켈튼 마이너 박사 연구팀은 가속도계를 탑재한 수면 추적 손목밴드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 데이터에는 세계 68개국에 거주하는 4만7628명으로부터 제공된 700만 건 이상의 수면 기록이 포함됐다.
연구팀이 총 수면시간과 입면 시간(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의 수면 데이터와 데이터 수집 지역의 기온데이터와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야간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수면시간이 7시간 미만이 될 확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시간의 수면은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면의 하한으로 알려져 있다. 또 30도가 넘는 매우 더운 밤에는 수면시간이 평균 14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분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단 하룻밤의 수면 부족만으로도 심신에 중대한 영향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며, 한 번의 수면 부족이라도 며칠 동안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회복되기 때문에 연일 열대야에 시달린다면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21가지 기후모델을 통해 수면 부족 일수를 예측한 결과, 향후 연간 13~15일의 수면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99년까지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매년 50~58시간의 수면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 결과에 대해 마이너 박사는 "이는 평균기온보다 높은 기온이 인간의 수면을 저해한다는 것을 대규모로 증명한 첫 연구다. 더운 날씨는 사람이 잠드는 시간을 늦추고 기상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후변화가 수면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저소득국이나 고령자일수록 크고 남성보다 여성이 영향을 더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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