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세계 60개국서 935건 이상 발생
저렴한 상업 툴로 쉽게 검열 가능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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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는 반체제적인 보도를 하는 매체에 대한 압력으로 일부 방송이 정지되고,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의 SNS 접속도 차단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인터넷 차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러시아 이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다. IT 분야 비영리 온라인 매체인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가 정부에 의한 인터넷 차단의 역사에 대해 정리했다.

레스트 오브 월드는 지난 6개월간 세계 70명 이상의 기술자·전기통신 전문가·활동가·언론인 등을 인터뷰해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지를 조사했다.

과거 정부가 개입하는 미디어 탄압은 검열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인터넷 발달로 미디어 단속만으로는 이제 반체제 인사들의 목소리를 막을 수 없게 됐다. 매체가 취재한 전문가들은 정부에 의한 인터넷 차단이 본격화된 계기로 2011년 이집트 민주화 당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인터넷 강제 차단을 꼽았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로 무섭게 확산된 이른바 '아랍의 봄'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장기독재로 인한 부정부패, 인권문제, 빈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집트에서도 2011년 1월부터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고 같은 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임했다. 이후에 발생한 일련의 운동은 이집트 혁명이라고 불리고 있다.

2011년 1월 25일 이집트 각지에서 대규모 반체제 시위가 열리자 시위를 진압하려던 정부는 반체제 인사들의 통신수단인 인터넷에 착안해 1월 25일 저녁 트위터를, 다음 날인 26일에는 페이스북을 막았다. 1월 28일에는 ISP와 이통사를 대상으로 서비스 정지 명령이 내려졌고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5일 동안 차단됐다. 이는 은행 거래 및 온라인 결제 차단과 증권거래소 폐쇄로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산에 따르면 인터넷 차단으로 이집트 경제는 하루 18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어야 했다. 

2011년 1월 25일 첫 대규모 시위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 행진하는 이집트 시위대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pedia

2011년 이집트가 인터넷을 차단한 최초의 국가는 아니었지만, 소셜미디어의 폭발적인 인기가 이어지던 시기에 발생한 사태로 인터넷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는 지적했다.

인터넷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해저 케이블, 통신을 교환하는 인터넷 익스체인지 등의 설비로 이루어진 지리적이고 물리적인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 민간 업체를 통해 운영되는 공공재이자, 현지 법률과 규제의 대상이기도 하다. 

서방에서는 인터넷이 자유롭고 안전하다고 여겨지기 쉽지만, 해저 케이블 손상에 의한 인터넷 차단은 일어나고 있으며 인위적으로 해저 케이블을 절단하는 사례도 종종 확인되고 있다. 또 2022년 1월에는 남태평양 통가에서 발생한 대규모 분화와 쓰나미로 해저 케이블이 손상되어 인터넷과 전화가 끊기는 사태도 발생했다.

2016년 이후에만 세계 60개국에서 최소한 935건의 인터넷 차단이 발생했으며, 그중에서도 수단·우간다·미얀마 같은 정치적 긴장감이 높은 나라에서는 며칠째 오프라인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 차단은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일반적으로 정부가 인터넷 차단을 합법적으로 명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인터넷 차단은 정치적 혼란, 선거, 시위와 같은 정부의 우려가 극도로 높아질 때 발생한다. 마지막 수단으로 인터넷을 차단하는 극단적 방식이 취해지는 것이다.  

가령 미얀마 통신사업자 두 곳은 국방부 및 군과 연계되어 있어 정부가 비교적 쉽게 인터넷을 차단할 수 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Rest of World

최근에는 딥패킷 인스펙션(DPI) 기술을 통해 특정 웹사이트만 차단하는 방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DPI는 이동하는 데이터(패킷)를 자동 감시하여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라우팅이 가능한 기술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DPI를 악용해 검열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반체제 인사들의 웹사이트나 SNS를 차단한다. 

가령 수천 개의 민간 ISP가 존재하는 러시아에서는 중국과 같은 대규모 검열 시스템을 개발·유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DPI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2019년 ISP를 대상으로 '위협 대책을 위한 기술적 솔루션(TSPU)'이라는 정부 관리 DPI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 결과 2022년 3월 TSPU를 통해 신속하게 SNS를 차단할 수 있었다. 

DPI는 불과 수천 달러면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통제를 위해 정부가 DPI를 도입하는 비용도 매우 저렴해졌다. 비영리 단체 엑세스 나우(Access Now)에 근무하는 브렛 셜로몬(Brett Solomon) 디렉터는 "현재가 2011년 당시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공모자인 기업과 함께 지배를 위한 인프라에 투자해 왔다"며 "많은 이들이 인터넷을 오픈하고 통신 경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한편으로 매우 거대한 힘에 직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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