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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마약원료 식물로 지정된 '마법의 버섯(magic mushrooms)'의 환각 유효성분 '사일로사이빈(Psilocybin)'이 우울증에 효과를 보이는 메커니즘이 뇌 스캔으로 규명됐다. 

사일로사이빈은 많은 나라에서 법률로 엄격히 제한되는 환각 성분이지만 최근에는 우울증 증상의 치료제로 승인되는 등 의약품 효과가 검토되고 있으며, 합법화를 추진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사일로사이빈을 우울증 환자에게 투여해, 뇌를 스캔한 분석 연구를 통해 사일로사이빈이 경직화된 뇌의 상태를 유연하게 만들어 재배선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우울증뿐만 아니라 의존증 및 거식증 등 다른 정신 질환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지의 자매 의학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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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신경정신약리학자 데이비드 너트 박사 연구팀은 과거에 실시된 사일로사이빈 임상시험 2건에서 얻은 뇌 스캔 데이터를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두 임상시험 중 첫 번째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 즉 적절한 복약이나 휴식을 지속해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려운 중~중증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참가자들은 본인이 사일로사이빈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 두 번째는 심각하지 않은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참가자에게 사일로사이빈 혹은 일반 우울증 치료제인 에스시탈로프람(escitalopram)을 복용하도록 했다. 참가자는 본인이 어느 쪽을 복용했는지 알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두 임상시험 모두 사일로사이빈은 우울증 개선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이 과거 임상시험 당시의 기능성자기공명화상(f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일로사이빈을 투여받은 환자의 뇌는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에서 보이는 연결이 약한 뇌 영역 간 접속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반 우울증 환자에서 연결이 강하게 나타나는 부분은 반대로 연결이 약해져 있었다.

아래는 뇌 검사를 통해 얻은 우울증 환자의 뇌 상태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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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치료 전 상태로 청색으로 표시된 부분과 오렌지색으로 표시된 부분의 높이 차이가 현저하다. 하지만 중앙의 사일로사이빈 투여 시에는 이 차이가 크지 않고 평평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오른쪽의 치료 후에는 높이 차이는 존재하지만 치료 전과 비교해 낙차가 상당히 완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경직되어 있던 환자의 뇌가 사일로사이빈으로 유연성을 가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울증 개선 외에, 사일로사이빈을 투여한 사람은 인지 기능의 개선도 보였다. 이같은 효과는 기존 우울증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해당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사일로사이빈은 뇌를 보다 유연하고 유동적으로 만들고 부정적인 사고 패턴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기존의 항우울제와는 다른 작용이 있다. 이는 사일로사이빈이 우울증 치료의 진정한 대안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는 우리의 초기 예상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로빈 카허트 해리스(Robin Carhart-Harris) 박사는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사일로사이빈 치료는 우울증뿐만 아니라 의존증과 거식증과 같은 다른 정신 질환에도 효과를 발휘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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