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 자석 움직임 따라 기관지 깊숙이 이동
조직 채취 및 암 치료 지원하는 삽입형 자율로봇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영국 리즈대학 연구팀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영국 연구팀이 인간의 폐 속 가장 가능 기관지까지 도달 가능한 '자기촉수로봇(Magnetic Tentacle Robot)'을 개발했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은 신체에 삽입이 가능한 길이 80mm·직경 2mm의 자기촉수로봇에 관한 연구 논문을 로봇 공학 저널 '소프트 로보틱스(Soft Robotic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로봇이 현실화된다면 기존에는 어려웠던 폐암 및 폐 질환의 검진 및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구팀은 향후 사용 범위를 확대해 심장·신장·췌장 등 다른 장기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피에트로 발다스토리 영국 리즈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가능하다면 침습성이 낮은 방법으로 인체 깊숙히 도달하는 것이었다"며 인체 손상 없는 체내 검사를 위해 로봇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기촉수로봇'이 임상 현장에 등장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5~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상용화된다면 환자 폐를 보다 높은 정밀도로 검사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의사가 폐암 환자 등을 진찰하는 경우, 기관지경(bronchoscope·기관지 내시경)으로 폐나 기도를 검사한다. 기관지경은 직경 3.5~4mm 정도의 크기로 환자의 코 또는 입에서 세기관지라고 불리는 폐의 기도로 이동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oft Robotics

그러나 기관지경으로는 기관지 상단 부분까지만 도달 가능해 검사에 한계가 있었다. 발다스토리 교수는 "기존 기관지경으로는 체조직 샘플을 채취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암이 뒤늦게 검출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오랜 시간 기관지경의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매달려왔다. 그 결과 마치 뱀처럼 체내를 이동하며 암 조직을 발견할 수 있는 자기촉수로봇이 탄생했다. 

자기촉수로봇은 크기가 기관지경보다 훨씬 작고 모양을 쉽게 바꿀 수 있어 나무가지처럼 복잡한 폐기도망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또 유연한 탄성물질과 고무로 구성되어 체내 손상이 적고, 조종 없이도 체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로봇은 자력을 띠는 미세 입자가 탑재돼 외부 자석에 반응한다. 환자 체외에 있는 자석을 장착한 로봇 팔로 조작할 수 있다. 자기촉수로봇은 체내에서 움직이면서 매핑을 하기 때문에 점차 자율적으로 체내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체내 목적지에 도달하면 체조직 샘플을 채취하거나, 임상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니티쉬 타코르(Nitish V. Thakor)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매우 참신하고 흥미로운 기술이며 심장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자기촉수로봇을 의료계가 받아들일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어떤 외과의도 자신의 직업을 잃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리즈대 연구팀은 기증된 시신을 이용한 인체실험을 마치고 동물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발다스토리 교수는 "앞으로 인간의 호흡 리듬에 맞춰 보다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그 밖에도 인공심박동기 등을 장착한 사람 등에 대한 대응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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