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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며 표면에 있던 높은 에너지의 플라즈마 입자가 우주로 방출되는 자연 현상을 '태양 폭풍(Solar storm)'이라고 한다. 이러한 태양 폭풍은 태양 활동주기가 활발해지면 발생하기 쉽고 지구에 몰아치면 전력망이나 인터넷에 큰 피해를 미친다. 

미국 미시시피 주립대 고전압 연구소의 데이비드 월리스(David Wallace) 매니저가 태양 폭풍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호주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해설했다. 

1859년 9월 1일 세계 각지의 전산 시스템이 대규모 고장을 일으켰다. 무려 22만 5000㎞에 이르는 전산망이 마비되고 전신국 화재가 발생했으며, 흔히 고위도 캐나다 북부·북유럽·러시아 등지에서만 보이는 오로라가 남미 콜롬비아에서 관측됐다.

당시에 발생한 일련의 현상은 태양 폭풍이 그 원인으로, 관측자인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의 이름을 따서 '캐링턴 이벤트'라고 불리고 있다. 캐링턴 이벤트는 기록으로 남은 가장 강력한 태양 폭풍이다.

태양에서 분출된 플라즈마는 플러스 전하를 가진 양자와 마이너스 전하를 가진 전자의 덩어리다. 플라즈마 덩어리가 지구에 도달하면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과 상호작용을 해 오로라와 같은 아름다운 자연 현상을 일으키지만, 더 강해지면 지구상의 전기 시스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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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립과학원(NAS)은 GPS 등 전자 장비 의존도가 훨씬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캐링턴 이벤트 수준의 태양 폭풍이 현대에 발생한다면 피해 복구에 최대 4~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태양 폭풍은 지구 상층 대기에 대량의 우주선(cosmic ray)을 방출하기 때문에 탄소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 14를 생성한다. 그 때문에 긴 세월을 거쳐 쌓인 남극 얼음에 포함되는 탄소 14의 함유량 등을 통해 과거 어느 시점에 태양 폭풍이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캐링턴 이벤트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태양 폭풍은 774년경에 발생했으며, 993년경에도 774년 태양 폭풍의 60% 수준의 태양 폭풍이 발생했다. 남극 얼음 샘플 분석 결과, 캐링턴·이벤트급의 태양 폭풍은 평균적으로 500년에 한 번 정도 비율로 발생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태양 플레어의 강도를 '지자기 폭풍 규모(Geomagnetic Storms scale)'로 구분하고 있다. 지자기 폭풍 규모는 'G1'부터 'G5'까지 5단계로 나뉘며 숫자가 클수록 규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링턴 이벤트는 G5로 분류된다. 

774년경 발생한 태양 폭풍은 탄소14의 증가량이 캐링턴 이벤트의 10배 이상에 달해, 지자기 폭풍 규모로 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캐링턴 이벤트 이상이 되면 태양 폭풍은 유도전류를 발생시켜 대규모 정전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1989년 캐나다 퀘벡주는 캐링턴 이벤트 약 3배 규모에 달하는 태양 폭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영향을 미친 범위는 크지 않았지만, 당시 송전망 변압기가 손상되고 500만 명이 9시간 동안 정전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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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태양 폭풍에 의한 유도전류로 고장이 날 수 있고, 고주파 통신시스템과 해저 케이블에도 장애가 발생한다. 특히 자동차·비행기·휴대폰 등 다양한 교통 및 통신 단말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GPS가 큰 영향을 받는다. 인터넷이 전기 이상으로 중요한 인프라가 된 현대에는 태양 폭풍의 영향으로 커뮤니티 활동이 완전히 정지될 가능성도 있다. 

월리스 매니저는 "지구가 다시 태양 폭풍을 맞는 것은 시간문제다. 캐링턴 이벤트급 태양 폭풍이 오면 세계 곳곳의 전기통신시스템이 붕괴되고 정전사태는 몇 주 동안 이어질 것이다. 만약 774년에 발생한 규모의 태양 폭풍이 온다면 세계적으로 정전이 수개월 동안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태양 폭풍의 영향에서 전력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연구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가령 취약한 변압기 등을 보호하는 장비를 설치하거나 태양 폭풍이 예상되는 시기에 부하를 조정하기 위한 노력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태양 폭풍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한으로 막기 위해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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