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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메타(구 페이스북)는 2019년 독자적인 암호화폐 리브라(Libra)의 출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리브라는 각국 정부 및 은행의 부정적 반응과 창립 파트너 기업들의 연이은 이탈 등 고난 속에 2020년 12월 명칭을 디엠(Diem)으로 변경하며 조직재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2022년 1월 31일 디엠이 소유한 자산 매각과 프로젝트 해산이 결정됐다.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디엠이 실패로 끝난 이유에 대해 "페이스북에 대한 정치권과 규제당국의 거부 반응"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초기 단계부터 프로젝트를 이끈 데이비드 마커스는 "글로벌 디지털 통화를 만들어 페이스북과 통합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결제 서비스 페이팔 사장이었던 무렵부터 암호화폐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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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는 20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과 블록체인·암호화폐를 결합한다면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안전하고 저렴하게 자금을 이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리브라 발표 이후 공개된 '리브라 관련 의문에 대한 답변' 페이지에도 "리브라를 활용한 금융포용(Financal Inclusion)을 통해 개발도상국 등에서 기본적 금융 서비스 접속 문제가 해결되어, 누구나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페이스북 자회사가 리브라를 교환하는 디지털 지갑을 운영한다면 페이스북 입장에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잠재적인 이익이 기대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2018년 초부터 마커스가 이끄는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리브라'라는 비밀 코드네임으로 시작됐다. 처음부터 페이스북이 주도한다면 강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여러 파트너 기업으로 이루어진 리브라 협회(Libra Association)가 탄생했다. 2019년 중반까지 마스터카드·비자·우버·리프트·이베이·스포티파이 등 28개 기업이 협회에 이름을 올렸다.

마커스는 비교적 빠른 2019년 6월 시점에 리브라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하고 규제 당국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어필했다. 하지만 이미 강력한 페이스북의 영향력에 위기감을 안고 있던 정치권의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제롬 파월 의장은 리브라에 대해 "강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했다.

2019년 7월에는 상원은행위원회에 마커스가 참석해 직접 리브라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 자리에서도 여야 의원의 거센 비난에 이어졌다. 정치권의 우려와 비판 속에 리브라 협회 멤버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나타나며 창립 파트너들도 떠나면서 리브라는 위기에 내몰렸다. 

이후 리브라는 규제 당국에 대한 협조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HSBC의 수석 법률 담당 스튜어트 레비(Stuart Levey)를 리브라 협회 CEO로 영입했다. 그는 2004년 7월부터 2011년까지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또 2020년 12월에는 리브라의 명칭을 '디엠'으로 변경하며 준비금을 국채 등 저위험 자산이 아닌 미국 달러로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노력의 결과로 2021년 봄 스위스연방금융시장감독청(FINMA)의 심사와 승인을 받아 드디어 파일럿 프로그램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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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재무부는 파일럿 프로그램의 일시적인 연기를 줄기차게 요구하기 시작한다. 레비 CEO는 디엠을 포기하지 않고 이번에는 미국으로 옮겨 캘리포니아 실버 게이트 은행과 제휴해 정부의 규제 준수를 목표로 했다.

그럼에도 FRB와 그 외 규제 당국은 난색을 표하며 파일럿 프로그램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레비 CEO는 이러한 불공평한 처우와 관련해 2021년 7월 FRB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에게는 공평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도 있다"며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 사전 점검 없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법적으로 허용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정지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고 항의했다. 

이후에도 정부 측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고 디엠은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오히려 2021년 11월 미국 재무부가 스테이블 코인 규제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 하는 등 규제가 한층 엄격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디엠은 해산을 결정하고 자산을 파트너 회사에 분배하기 위해 매각 방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프로젝트를 총괄한 데이비드 마커스 메타 부사장이 퇴사했으며, 2022년 1월 31일에는 디엠의 지적 재산 및 기타 자산을 약 2억 달러에 실버게이트 은행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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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디엠의 실패는 결국 페이스북이 구상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며, 페이스북에 대한 정치권의 거부감이 디엠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디엠 관련 처리 업무에 관여한 한 정부 당국자는 "디엠은 수년에 걸쳐 프로젝트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하고 모든 단점을 수정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은 결코 바꿀 수 없었다. 그것이 디엠의 원죄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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