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최근에는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들어 아침까지 푹 자는" 수면 패턴이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면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며 그 이전에는 도중에 각성한 후 다시 수면을 취하는 '2상수면(Polyphasic Sleep)' 습관이 일반적이었다고 역사학자인 로저 에커치(Roger Ekirch)가 미국 월간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에 주장했다. 

에커치는 1600년대에 기록된 영국 범죄 보고서에서 'first sleep(제1수면)'과 'second sleep(제2수면)'이라는 용어를 발견했다. 

이후 조사에서도 ▲primo somno(라틴어) ▲primo sonno(이탈리아어) ▲premier sommeil(프랑스어) 등 타국 문헌에서도 같은 용어를 발견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중세 유럽에서는 2회로 나누어 잠을 자는 수면 습관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첫 번째 수면과 두 번째 수면 사이 깨어있는 시간대는 프랑스어로 'dorveille(수면과 각성 사이)'라고 불렸다. 이 시간에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기도를 올리고, 반려자와 사랑하거나 깨기 전에 본 꿈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면 습관이 바뀐 것은 근대 이후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에는 생산성이 중심이 되고 일의 효율성이 요구되면서 시간에 따라 하루의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이를 통해 생활 리듬이 크게 바뀌어 2상수면의 습관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19세기 중반 사회 전체가 빠른 기상을 권장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여기에 19세기 말 전기 조명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체내 시계는 크게 영향을 받는다. 1990년대 미국 국립정신위생연구소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실험 참여자에게 야간 조명을 금지한 결과, 실험 개시로부터 수 주일 만에 하루 수면이 여러 번으로 나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버드 대학에서 수면을 연구하는 찰스 체슬러 박사는 "우리는 조명을 켤 때마다 자신의 수면에 영향을 주는 약을 실수로 복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학자는 "인간은 본래 2상수면이 당연하며, 한번 자면 아침까지 일어나지 않는 단상수면은 비교적 새로운 것이며 잘못된 것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로저 에커치는 "2상수면이 옳다"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산업혁명 이전의 수면 습관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당시엔 심야 범죄가 횡행해 강도에 생명을 빼앗길 가능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건축 기술도 미숙해 집에 비가 새거나 춥고 더웠다. 

또 프랑스에선 각성 시간에 밀린 가사 처리가 당연하게 여겨져 여성에게는 실질적인 노동 시간의 연장이었고,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해 아편 등 마약을 섭취하는 일도 많아 과한 복용량에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2021년에 진행된 연구에서는 "수면을 2회 이상 나누는 다상수면은 전체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고 얕은 수면이 길게 유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에커치는 "결론적으로 중세 유럽에서의 2상수면은 결코 현대의 단상 수면보다 좋은 것이었다고 볼 수 없다"며 "수면의 목적이 정신적⸱육체적 행복이라고 한다면 밤부터 아침까지 수면을 취하는 지금의 방식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