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효과 없다는 방증…자랑하던 K-방역 자취 감춰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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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전 국민 100% 마스크 착용 생활화, 백신접종률은 95% 돌파, 부작용 위험 무릅쓰며 목숨 담보로 1차, 2차, 그리고 부스터 샷까지 착실하게 접종했지만 결과적으로 집단면역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델타변이부터 오미크론까지 백신이 방어를 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사실상 정부의 숫자놀이 방역 정책입니다.” (모 대학 감염내과 교수)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다가 결국 우려했던 1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100명, 1000명 단위에서 이제 1만 명대를 돌입하며 이제 확진자는 숫자가 아닌 어떻게 하면 위·중증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지 과제를 풀어야 할 시기다.

설날을 불과 나흘 앞둔 27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 4518명이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2년 만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 형국의 확산세를 나타내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두배 이상 강한 오미크론이 지목되고 있는데 이미 국내 우세종이 된 이후 신규 확진자 수는 사흘 연속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코로나 국내 발생 후 사상 최다치를 찍은 이날 신규 확진자는 불과 1주 전인 20일 6601명의 두 배를 넘어선 만큼 이제 확진자는 1만 명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 코로나 발생 이후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날 신규 확진자는 불과 1주 전인 20일 6601명의 두 배를 넘어선 만큼 1만 명 수준의 확진자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확진세가 연일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내달 말 1일 확진자가 12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 전 국민 백신접종 95%…돌파 감염 속출 왜?

“면역체계를 강조하고 나선 정부와 방역 당국의 지침대로 전 국민의 95%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3차까지 추가로 접종한 국민도 꽤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백신의 효과에 대해 냉정하게 의심해야 할 시점입니다. 단순히 위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감소했다는 말장난은 이제 거두고 집단면역 실패에 원인을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 (호흡기 내과 전문의)

지난 23일 밤 경북 안동시 한 주점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날 주점에는 70명이 넘는 손님이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술을 마시고 춤을 췄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확진된 74명 대다수가 2·3차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돌파 감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백신 접종 완료자니까 마스크를 벗어도 되고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워도 돼”

최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백신의 효과를 맹신하거나 정부의 집요한 종용 때문에, 아니면 직장 내 방침 또는 가족과 자신의 안전을 위해 접종에 나섰던 완료자 일부는 이렇듯 완료자라는 촌극과 같은 특권을 앞세워 제한된 영업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떼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유흥을 즐기고 있다.

매일 매일 사람들과 어울리며 백신 효과를 맹신한 이 당당한 접종 완료자 중 일부가 바이러스에 돌파돼 감염됐고 고스란히 가족과 직장 동료 등에게 전파한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불가피한 사정으로 접종이 어려운 미접종자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와 방역 당국의 취지는 어느 순간 돌변했다.

집단적으로 몰려있는 접종 완료자들 속에 미접종자가 포함될 경우 위중증과 사망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접종자에 대한 방역패스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만 반복적으로 내뱉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의 기폭제가 됐던 위드코로나 이후 증가한 확진자 가운데 과연 미접종자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접종 완료자, 특히 청년층이 집중적으로 외부 활동을 늘리면서 발생한 감염 확진세를 제어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역체계가 시급하지 미접종자 방역패스는 솔직히 코미디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 새 방역체계 놓고 정부·방역 당국 ‘나 홀로 춤판’

결과적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의식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카드도 쉽게 꺼내기 어렵고 그렇다고 확산일로의 현재 상황을 방관하기도 어려운 만큼 어려운 숙제를 앞에 두고 고민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관성 없는 정부의 방역체계 때문에 의료계를 비롯해 국민 역시 혼란스럽다. 우선 자주 바뀌는 접종 완료자 개념인데 3일 전만 하더라도 접종 완료자 기준을 ‘3차 접종 후 14일이 지났거나 2차 접종 후 90일이 지나지 않은 자’라고 명시했다가 이틀 뒤 ‘3차 접종자 또는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고 90일이 지나지 않은 자’로 변경하는 촌극을 빚었다.

여기에 새로운 방역체계 적용시점을 놓고 방역 당국과 정부가 엇박자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24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을 통해 주말 또는 내달 초, 새로운 방역체계 전국 확대 시점을 시사했지만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설 연휴가 끝나고 전국 확대할 것을 시사했다.

손 대변인의 설 연휴 전국 확대 발언이 끝나고 하루가 지난 26일 이번에는 김부겸 총리가 이번 주말부터 전국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동비하고 내달 3일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정부와 당국 간 조율되지 못한 방역체계에 국민의 불신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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