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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 가운데 약 10~30%가 바이러스 감염 후 호흡 곤란·권태감·두통·관절통·흉통 등의 증상을 수개월 이상 겪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조사 결과, 발병 후 60일이 지난 시점에도 전체의 87%가 특정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증상이 장기화되는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례를 '롱코비드(Long COVID,만성코로나)'라고 부른다. 

◆ '롱코비드'와 관련된 기존 연구 결과 

롱코비드 후유증의 하나로 집중력 저하와 방향 감각 상실, 건망증이 심해지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이어지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뇌안개)' 증상이 보고되고 있다. 

56개국 총 3762명의 롱코비드 환자를 대상으로 한 2020년 연구에서는 롱코비드 환자 절반 가까이가 감염 6개월이 지나도 피로와 권태감·인지 능력 저하 등으로 풀타임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롱코비드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앞서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혈액 순환과 그에 따른 산소 수송이 원활하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또 지난해 6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혈구의 크기가 건강한 사람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환자의 세포가 큰 손상을 입었다는 의미로, 코로나19 환자 중에 혈관폐색과 폐색전증이 많은 이유를 설명한다. 

분석에는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2015년에 개발한 '실시간 변형 세포 측정법(Real-time deformability cytometry:RT-DC)'가 사용됐다.

백혈구 및 적혈구의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기 위한 혈액 샘플 처리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MPL-Guck Division

또 2021년 12월에 발표된 미국 '환자중심연구협력(Patient-Led Research Collaborative)' 보고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롱코비드 환자 중 30%가 몸속에서 진동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40%는 몸이 떨리는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경증으로 끝난 경우라도 환자의 10%는 '일과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어 앞으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롱코비드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려스러운 점은 롱코비드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롱코비드의 정의는 여전히 불분명하며 병리 생태학적 메커니즘도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상태다. 

◆ 롱코비드, "혈액에 초점 맞춘 치료 유효"

이런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와 영국 리버풀대 연구팀이 "롱코비드는 체내 미세한 혈전과 혈소판 이상이 관여할 가능성이 있어, 혈액에 초점을 맞춘 치료가 유효할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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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롱코비드와 미세혈전·혈액의 관련성 및 유망한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남아공 롱코비드 환자 845명을 대상으로 성별·기저질환·롱코비드 증상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 참여자의 과반수에서 고혈압·높은 콜레스테롤 수치·2형 당뇨병·자가면역질환·혈전증 등 혈액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력이 확인됐다. 

이와는 별도로 70명의 롱코비드 환자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전원에서 유의미한 양의 ▲섬유소 용해에 저항성을 가진 미세혈전 ▲혈소판의 비정상적 기능 항진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혈전은 사용이 끝나면 섬유소 용해로 분해되지만, 섬유소 용해에 저항성이 있는 혈전은 체내를 순환하며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정상적으로 분해되지 않는 미세혈전은 모세혈관을 막고 체내 각 조직에 대한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 연구팀은 이것이 롱코비드의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추정한다. 또 동일 환자군에서 발견된 비정상적인 혈소판 기능 항진은 혈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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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혈액 샘플을 채취한 70명 중 24명의 롱코비드 환자를 대상으로 미세혈전과 혈소판 기능 항진에 초점을 맞춘 치료법을 시도했다. 

치료는 ▲항혈소판 작용을 가진 '클로피도그렐'이나 '아세틸살리실산(아스피린)' ▲혈전 색전증 치료에 사용되는 '아픽사반' ▲위를 보호하는 '판토프라졸' 투여를 1개월간 지속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24명 전원이 "주된 증상 및 피로감이 감소했다"고 보고했으며 실제로 미세혈전과 혈소판 수치도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한편 이번 논문은 아직 검토 전 상태이기 때문에 유의가 필요하며, 항혈소판·항응혈 작용이 있는 약물을 투여할 때는 출혈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해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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