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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2021년 올 한해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이 과학계의 핵심 화두로 주목받았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의 폭발적 확산세 속에 코로나19와 맞서기 위한 과학계 노력은 이어졌다.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에 대한 위기감을 공유했고, 화성 탐사 등 우주 개발도 큰 전진을 보였다. 네이처가 선정한 과학 분야의 글로벌 주요 뉴스로 올 한해를 되돌아보자.

◆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 

전파력이 강한 변이의 연이은 출현으로 코로나19 감염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고 백신 효과는 떨어졌다. 올해 전세계 감염자는 12월 17일 기준 1억8993만명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2.3배. 사망자도 1·8배인 346만명에 달했다. 

지난 12월 27일(현지시간) 기준 전세계 일일 신규 확진자는 약 144만명으로, 지난해 12월 수준을 넘어서며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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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변이(VOC)'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최초로 지정한 알파에 이어 인도에서 출현한 델타가 맹렬한 기세로 퍼지며 우세종으로 자리잡았다. 11월에는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전세계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델타·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확진자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간) 최근 유행하는 두 변이로 인해 "확진자 쓰나미"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추가 접종과 형평성 문제  

백신 추가접종 이슈도 10대 과학 뉴스에 올랐다.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면 결국 의료체계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추가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도 오미크론에 대한 항체 효능은 높지 않고, 코로나19 발병 이후 완치한 경우에도 오미크론 중화 능력이 백신으로 획득한 항체보다 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은 백신 추가 접종이 중증과 사망 예방에 긍정적이라며 추가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그 한편으론 백신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추가접종보다는 백신 수급이 부족한 국가에 우선적으로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진국에서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면 변이가 계속 출현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백신 불평등 분배를 이유로 선진국 중심의 전국민 부스터샷 의무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이처는 선진국의 추가접종이 저소득 국가의 백신 부족을 심화할 수 있어,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지적재산권 면제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발언을 소개했다.  

◆ 지구촌 위기 경고한 IPCC 기후변화 보고서

올해는 세계 각지에서 홍수와 기록적인 기온 상승, 산불 등 기상재해가 잇따랐다. 

8월에 공표된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 때문임이 자명해졌다고 처음으로 명시했다. 2011∼2020년 전 지구 지표 평균 온도는 1850∼1900년 기간 대비 약 1.1도 상승했으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지 못한다면 2100년까지 지구의 온도를 1.5도 이하로 억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IP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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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작성한 판마오 자이(Panmao Zhai) IPCC 워킹그룹 공동의장은 "기후 변화는 이미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변화는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한층 커질 것"이라며 기후 변화로 ▲폭염과 폭우 등의 기상 이변 ▲해수면 상승 ▲영구 동토층 해빙 ▲해양 산성화 등이 향후 증가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 COP26 협약, 실행 가능성에 회의론 

IPCC 6차 보고서 이후 10월 말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지구 온도 1.5도 이내 상승 억제를 위한 범세계적 기후 행동 강화를 약속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196개 국가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는 글래스고 기후협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합의된 각국의 약속이 지켜지더라도 산업화 이전보다 2.4도 높은 온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네이처는 각국이 앞장서 이행을 위한 과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 단백질 구조 예측에 성공한 딥마인드 인공지능(AI)

2021년은 단백질 구조 분석이라는 혁신적 성과를 이룬 한해였다.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 7월 자사 인공지능(AI) '알파폴드2'를 기반으로 사람이 발현하는 단백질 구조 대부분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알파폴드2가 예측한 단백질 3D 구조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딥마인드

단백질 구조는 단백질 기능을 결정하는데, 계산이 복잡한 단백질 구조 파악에는 수개월~수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알파폴드2는 단 몇 분~몇 시간 만에 단백질 구조를 분자 수준까지 분석해, 98.5%의 예측 정확도로 올해 35만 개 이상의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발견했다. 공개된 단백질 구조 가운데 25만 개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다. 

네이처는 이를 두고 "AI 시스템이 과학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가장 큰 공헌"이라고 평가했다. 

◆ 새로운 입자의 존재 가능성을 제시한 뮤온 실험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을 포함한 7개국 190명의 공동연구팀은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에서 실험을 통해 자연의 모든 물질을 설명하는 표준모형'(Standard Model)의 이론값과 실험값이 일치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실험값이 더 큰, 즉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입자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는 우주 구성의 기본 입자 중 하나인 뮤온(muon) 표준모형의 예상보다 더 강한 자성을 띠어 보다 강하게 흔들린다는 의미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입자나 중력·전자기력·강력·약력 등에 더해 제5의 힘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1936년 우주선(線)을 연구하다 발견된 뮤온은 전자와 유사하지만, 질량은 전자의 200배에 달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연구 과정의 단순 실수 혹은 실험장치 오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2022년 마지막 5차 실험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때에도 불일치가 이어지면 50년 전 개발된 표준모형이 관측을 설명하는 첫 사례이자, 새로운 물리학 개척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본격적인 화성탐사...태고의 생명 흔적 찾아 

화성탐사 소식도 올해의 달군 과학 뉴스 중 하나다. 미항공우주국(NASA)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올해 2월 화성 표면에 착륙하는데 성공한 이후 본격적인 탐사를 펼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 착륙 지점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고 향후 인간 정착에 대비해 화성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실험을 통해 생명체 거주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다. 화성 토양 시료를 채취해 퍼서비어런스가 원통에 넣어두면 미국과 유럽이 개발한 탐사선이 추후 화성에서 회수해 2031년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또 올해 5월 15일엔 중국 최초의 화성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에 착륙했다. 중국의 우주산업은 거대한 시장과 인재, 당국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까지 맞물려 개발 종주국 미국과 러시아를 위협하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톈원 1호의 탐사차인 '주룽'은 화성 북반구 지역의 지질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성공했다. 

중동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사한 아랍권 최초 화성탐사선 '아말'도 올해 2월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해 다양한 화성 사진을 보내오고 있다. 아말은 화성 표면에서 3만㎞ 정도 떨어진 타원형 궤도를 평균 55시간에 걸쳐 비행하면서 화성의 날씨와 기후를 조사하는 임무를 맡았다. 

◆ 체내에서 편집 가능해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DNA 내 염기서열을 교정하는 '크리스퍼(CRISPR) 가위'는 유전자 변형으로 질병 치료의 판도를 뒤집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기술이다. 가위처럼 DNA 염기서열을 절단하고 교정해 유전병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없애는 기술이다. 하지만 안전성을 입증하려면 크리스퍼 가위가 인체 내 표적 유전자만을 편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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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인텔리아 테라퓨틱스(Intellia Therapeutics)와 리제네론(Regeneron)은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한 임상 결과를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치명적 희귀질환인 트렌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질환을 앓는 6명을 대상으로 유전자가위를 적용한 결과, 대상 환자 모두가 기형 단백질의 양이 감소한 것. 또 고용량 약물을 투여한 2명은 기형 단백질이 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설자리 잃은 아프가니스탄 과학자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으로 과학계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네이처는 미군이 완전히 철수한 탈레반 체제 속에서 아프가니스탄 과학계가 학문적 자유를 상실하게 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탈레반 정권 집권 후 대학과 연구기관 상당수가 문을 닫았으며, 과학자들도 탈레반의 위협 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 알츠하이머 치료제 승인...효능 논란 이어져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올해 6월 미국 대형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상품명 애드유헬름)을 18년 만에 조건부로 신속 승인했다. 

2003년에 승인받은 신약은 알츠하이머와 연관된 불면증이나 불안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개발된 치료제는 뇌에서 병을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해 근본적으로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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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외부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치료제 승인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문위 소속 전문가들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아두카누맙 승인을 뒷받침할 설득력 있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주요 평가 항목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승인 이후 자문단은 즉각 사임을 결정했지만, 미국 보건복지부는 승인 단계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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