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국민 상대로 인내 테스트 하나?”…법적 대응·탈(脫) KT 운동 전개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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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과거 故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을 향해 던진 말씀이 있었잖아요.”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지금 KT가 국민을 상대로 막 나가는 형국입니다. 그들 계산법대로 89분간 업무가 마비됐고 장사도 망쳤는데 보상안이 고작 1000원이라는 해법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국민이 무슨 거지도 아니고…” (직장인 박OO씨)

지난달 25일 오전 KT를 이용하는 전국의 가입자는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통신 장애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인터넷은 물론 온라인 뱅킹, 인터넷 전화, SNS 등 인터넷과 모바일 등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기기가 말 그대로 먹통이 됐습니다.

IT·통신 시대를 살아가는 만큼 ‘현금 없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모든 것을 모바일에 의존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89분의 시간, 멈춰버린 이 시간 동안 국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KT라는 국내 1위 통신사가 길들여 놓은 오랜 습관은 통신 장애 앞에서 무력했습니다. 고객센터에 노크를 해도 반응조차 없었습니다. 점심 피크타임을 맞은 식당가 및 카페 등 상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배달 서비스 등 ICT 기술이 접목된 모든 플랫폼이 초토화됐습니다.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망연자실 멈춰버린 모바일 기기를 바라보며 이 재앙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KT 피해 이용자들에게 KT는 “디도스(DDoS)의 공격에 따른 통신 장애”라고 공지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실은 라우팅 오류 탓에 발생한 통신 장애였다.”는 KT의 번복된 입장을 듣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입니다.

KT가 뒤늦게 정정한 원인은 ‘라우팅 오류(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고는 예방 가능한 인재(人災)였던 것입니다.

KT 가입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던 것입니다. 작업자의 실수로 라우팅 오류가 발생해 통신 장애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숨긴 채 디도스 공격으로 얼버무리고 싶었던 KT가 사실이 들통나면서 체면을 완전히 구긴 것입니다.

ⓒ데일리포스트=고개 숙인 KT 임원들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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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돈 천원에 퉁 친 KT의 파격적인 보상안

전국적으로 인터넷 장애 논란을 일으켰던 KT가 사고 일주일 만에 구체적인 고객보상안을 공식 발표했는데 피해를 당한 KT 가입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KT가 인터넷 장애의 최장 지속 시간 89분을 기준으로 개인과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10 수준인 15시간, 식당, 카페와 같은 소상공인은 10일의 통신 요금을 감면하고 이를 별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달 청구되는 11월 이용 요금에 적용키로 했기 때문입니다.

KT가 제시한 이번 보상안을 들여다보면 소상공인의 보상액은 1만원도 안되는 수준이며 개인과 기업은 회선당 1000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됩니다.

KT는 1일 광화문사옥에서 열린 설명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소상공인은 해당 서비스를 사업자등록번호로 가입한 고객이나 부가세 신고 등 KT에서 개인사업자로 관리하고 있는 회선 고객이 해당된다.”면서 “개별적으로 겪은 불편 유형이 다양하고 객관적 사실 확인 역시 어려워 신속한 보상을 위해 일괄 보상하게 되는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한다.”고 전했습니다.

■ KT 피해 소상공인 논평 내고 ‘분노’…KT 탈퇴 현상 커질 듯

개인과 기업은 1000원 안팎, 그리고 소상공인은 1만 원 내외 보상기준을 놓고 여론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애시당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지난 89분의 고통의 시간을 단돈 1000원으로 이른바 ‘퉁’치려는 KT의 상술적인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KT의 보상안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이며 비대면 거래의 확산에 따른 플랫폼 이용사업자들과 신용카드 결제 불가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무시한 독선적인 결정”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 급감은 물론 폐업이 잇따르며 악조건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가장 손님이 많은 점심 피크타임 시간대 통신 장애는 추가적인 타격이 현실화됐기 때문입니다.

연합회 관계자는 “KT는 책임감 있게 실제 통신 먹통으로 인한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전체의 매출 하락에 대해 만족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소상공인 뿐 아니라 개인 피해자들 역시 이번 KT의 보상안에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의존하고 있는 가입자들이 통신 장애 여파로 인터넷 뱅킹, 주식거래, 정보 교환, 업무 행위에 제동이 걸려 피해 가치가 고작 1000원 수준의 감면 결정에 탈(脫) KT 움직임과 법적인 대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디도스 공격 때문이라고 거짓말했다가 나중에 직원 실수에 따른 ‘라우팅 에러’라고 밝혀졌으면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KT가 강조하는 약관 보다 훨씬 못미치는 89분의 시간 동안 손해 본 주식 피해는 어떻게 할래? 1년이 걸려도 개개인의 피해금액을 산출해서 보상하는 게 제대로 된 보상 아닌가? 퉁 치는 것 그만하고 말이야.”라며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현재 다양한 SNS를 통해 KT가 처음 ‘디도스 공격’이라고 했다가 말을 바꾼 거짓말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한 법적 대응 희망자들을 모집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공기업 KT의 잇단 통신 장애와 현실성 없는 보상안에 분노하며 탈(脫) KT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성토했습니다.

■ 용어 해설

라우팅(Routing) : 데이터가 어떤 경로를 거쳐서 가도록 할지 정하며 코어망과 전송망, 액세스망 등 네트워크 중앙부에서 가입자까지 경로를 어떻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결정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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