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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태양계에서 수성 다음으로 태양에 가까운 금성은 지구와 크기 및 평균 밀도가 가장 비슷해 '지구의 쌍둥이(Earth’s twin)'로 불리는 한편, 행성을 둘러싼 고온·고압의 환경이 마치 지옥을 닮았다 해서 '태양계의 지옥'이라고도 불린다.

금성은 열을 가두는 대표적인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 있다. 온실 효과로 금성 표면온도는 최대 500도에 이르며, 두터운 대기층 때문에 대기압은 지구의 90배에 달한다. 

이런 금성과 관련해 "과거엔 바다가 존재했고 온난한 기후였다"는 학설이 존재해 왔다. 그런데 40억년 전 금성과 지구의 환경을 시뮬레이션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금성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바다가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제네바대와 프랑스 베르사유대 등 공동 연구팀은 형성 초기 단계의 금성 기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금성 지표면에서 물이 응결하지 못해 애초에 바다 형성이 불가능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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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국 우주 연구기관이 금성을 다시 주목하고 있으며, 탐사선 발사 계획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금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금성 탐사가 생명 탄생에 필요한 조건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성은 한때 바다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금성에 존재했던 물은 역사의 어느 시점에 대기에 대량의 열이 가해지면서 모두 증발했으며, 현재와 같은 생명체에게 매우 열악한 환경으로 변했다는 설이다.

전문가들은 금성과 지구를 둘러싼 환경이 나뉜 결정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 외계 행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를 탐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연구팀은 40억 년 전 초기 지구와 금성의 기후를 시뮬레이션해 "금성에 바다가 존재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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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기상학자들이 지구의 기후와 미래 변화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교한 3차원 대기 모델을 활용해 태고의 금성과 지구 환경을 비교 분석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당시 금성은 고온으로 물이 증기 형태로 존재했으며 행성 전체가 마치 거대한 압력솥의 내부와 같은 상태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기 중 수증기가 응축해 구름이 되고 지표면에 비를 내리게 하려면 수천 년에 걸쳐 금성이 냉각될 필요가 있었다. 지구의 경우 수백만년 동안 이러한 현상이 이어졌지만 태양에 너무 가까웠던 금성은 결코 온도가 식을 수 없었던 것. 
 
냉각은 햇빛을 차단하는 구름이 형성된 경우에 가능하다. 그러나 금성의 대기는 태양 반대쪽에 몰려 있었고, 태양 빛을 받지 않는 지역에 형성된 구름조차 햇빛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했다. 오히려 강력한 온실 효과를 만들어 대기에 갇힌 열기를 식히기는커녕 금성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에 앞선 연구들에서 추정한 것보다 금성 온도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 

금성 지표면 이미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그 결과, 금성은 초기 기후 조건상 물이 응결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고, 수증기가 비가 되어 내리거나 바다가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한편, 35억년 전 태양의 밝기는 현재의 75%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구는 지금보다 어두운 태양 덕분에 행성이 적절하게 식어 바다가 만들어졌다. 만약 지구가 금성처럼 태양에 더 가까웠거나 햇빛이 더 강했다면 냉각되지 못했을 것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에멜린 볼몬트(Emeline Bolmont) 제네바 대학 천체 물리학 교수는 "수십억 년 전 어두운 태양은 '흐릿한 태양 패러독스'로 불리며 지구 생명이 탄생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오래도록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뜨거웠던 지구는 흐릿한 태양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번 연구가 기존 견해를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는 이론 모델을 기반으로 하며 금성 역사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향후 이루어질 우주 탐사계획을 통해 최종 검증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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