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과학자 “냉동인간 부활해도 정상적인 지적 활동 어려워”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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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이미 뇌와 심장의 기능이 사멸한 죽은 인체를 냉동 보존하고 시간이 지나 부활한다는 방법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습니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정상적인 지적 활동은 어렵지 않을까요? 현재 냉동인간의 부활설은 일방적인 ‘희망’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한국 메디컬 사이언스 생명공학 박재영 연구소장)

영원히 죽지도 늙지도 않는 ‘불로불사(不老不死)’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희망일 수 있습니다. 전국 칠웅 진나라 31대 왕이자 제1대 황제였던 ‘진시황제(秦始皇帝)’가 영원히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한참 인간이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의학적인 기술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17세기 독일의 의학자 ‘안드레아스 리바비우스(Andreas Libavius)’는 젊은 청년의 동맥과 늙은이의 동맥을 직접 튜브로 연결하면 건강하고 영적으로 충만한 젊은 혈액이 전달돼 늙은이가 회춘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물론 리바비우스의 무모한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인간의 서로 다른 혈액형이 전무했던 당시 이 원시적인 실험은 서로 다른 혈액형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하다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교황이 직접 수혈 금지령을 포고하며 중단됐습니다.

# 죽은 사람이 냉동인간이 되면 언젠가 부활할 수 있을까?

세기를 거듭하면서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인류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더 건강하고 더 젊게 더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과학의 힘을 빌어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을 꿈꾸기도 합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영화 '데몰리션 맨' 캡처

‘죽지 않는 영원한 불멸의 삶’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SF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냉동인간’이 지금 전 세계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월 희귀 뇌종양을 앓다 사망한 태국의 두 살 여자아이가 냉동인간이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습니다.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냉동인간의 부활이 가능할 것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사실은 이 소녀 외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미래 부활을 확신하며 생을 마감한 부모를 비롯해 자식, 남편과 아내 등을 냉동 보존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냉동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냉동인간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인체 냉동 보존술’을 시행합니다. 심정지로 세포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체온을 낮춰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몸속의 혈액을 모두 빼내야 합니다.

여기에 부동액을 혈관에 삽입해 세포가 냉각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후 모든 처리가 끝난 시신은 영하 196도 온도의 액체 질소에 거꾸로 담아 보존하며 선택에 따라 전신냉동이 아닌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 부분적으로 냉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냉동 보존 서비스 재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냉동 보존 비용은 ▲전신 냉동비용 15만 달러(한화 1억 6000만 원)로 책정됐지만 매달 보존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냉동보전을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도 향후 부활에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술을 감안할 때 냉동인간을 살릴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기술도 개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부활의 불확실성…희망을 믿는 사람들 왜?

죽은 이의 미래 부활을 희망하며 냉동 보존을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에만 세 곳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러시아에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크리오러스’라는 기업에서 65구의 시신이 냉동 보존되고 있는데 냉동 보존된 시신 중에는 한국인도 포함됐습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크리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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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냉동인간으로 보존됐다가 언젠가 부활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냉동인간 서비스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기업도 생겨났습니다.

지난 2017년 앞서 언급한 러시아 냉동보전 서비스 기업 ‘크리오러스(KrioRus)’와 냉동보존 서비스 한국총판 계약을 체결한 ‘크리오아시아(KrioAsia)’로 지난해 암투병 중 사망한 80대 여성에 이어 올해 8월 담도암 항암 치료 중 숨진 50대 여성을 러시아 크리오루스에 의뢰했습니다.

지난 8월 숨진 아내를 크리오아시아를 통해 러시아에서 냉동보존 수순을 밟고 있는 남편 A씨는 “혹시라도 내 자신이 살아 생전 가능할지 모르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며 “냉동보전 기술을 알게 돼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야 하는 사랑하는 가족을 놓지 못하는 남은 이들의 심정은 참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되살릴 수 있다면 하는 막연한 희망을 기대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혹여 부질없는 희망에 불과하더라도 냉동보존 기술은 어쩌면 절박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요?

이 작은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곳곳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후 냉동보존을 선택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냉동인간은 영화 속 소재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영화 ‘데몰리션 맨’ 개봉 훨씬 이전인 지난 1967년 미국의 심리학자 베드퍼드 박사는 75세로 사망 당시 인류 최초로 냉동인간이 됐습니다.

“냉동보존을 희망하는 분들은 딱 하나입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음말입니다. 무엇보다 의학적으로 사망 선고를 접했지만 완벽하게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요소가 맞물리면서 냉동보존을 선택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

그래서일까요? 미국이나 러시아 뿐 아니라 이제 국내에서도 사후 냉동보존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크리오아시아에 따르면 국내에서 냉동보존을 고민하고 회원에 가입한 사람들이 20명 정도이며 대다수 암(癌)을 앓고 있거나 좋아진 사례도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크리오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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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두 번째 사례가 된 1, 2호 고객도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습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는 분들 입장에서는 소생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다 보니 진행합니다. 나이가 젊은 사람이 사망했다면 소생 가능성은 높을 수 있습니다.” (크리오아시아 한형태 대표)

사후 냉동인간이 돼 언제일지 모르는 캄캄한 터널을 하염없이 지나야 하는 죽은 이들의 긴 여정이 납득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소생하더라도 정상적인 지적 활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지배적입니다.

박성민 휴먼 & 사이언스 포럼 연구 위원은 “부활에 앞서 우리는 조금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죽음에서 깨어난 사람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잠재됐을 가족과 친구들이 없다는 것, 그리고 변화된 세상에서 적응, 또 하나 꽁꽁 얼어붙어 있던 세포들과 장기들이 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박 위원은 또 “어쩌면 냉동보존 기술이라는 것 자체는 확신할 수 없는 미래에 개발될 기술을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투자하는 도박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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