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순간에 주고받은 연인의 편지...“당신 없인 안 돼요”

 마리 앙투아네트를 그린 왕실 초상화ⓒ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와 그녀의 연인으로 알려진 악셀 폰 페르센 백작 사이에 오간 편지 중 덧칠이 된 부분의 해독에 성공했다고 프랑스 소르본대 연구팀이 밝혔다.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해독한 내용 일부도 공개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ce Advances

프랑스 대혁명 기간에 국외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튈르리 궁전에 유폐된 마리 앙투아네트는 친구이자 애인인 페르센 백작과 자주 애틋한 편지를 주고받았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부부가 단두대에서 처형되기 전 절박한 시기인 1791년 6월∼1792년 8월 사이에 작성된 이 편지들은 페르센 후손을 통해 현대까지 전해지고 있으며, 일부는 프랑스 국립 공문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편지 중 15통은 의미 없는 다른 글자들을 덮어쓴 검은색 덧칠로 그동안 내용 판독이 불가능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프랑스 소르본대 연구팀

소르본 대학 앤 미쉐린 박사 연구팀은 문화유산 연구에 자주 사용되는 '매크로 X선 형광 분석법(MA-XRF)'을 통해 가려진 내용을 조사했다. 편지에 쓰인 잉크의 화학 분석으로 원래의 잉크와 검은칠 잉크의 화학성분을 분석해 글자 층을 구분해 내려고 한 것. 

조사 결과, 원래 편지에 사용된 잉크에 포함된 금속 성분이 검은 덧칠에 사용된 잉크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 15통의 편지 중 8통의 숨은 글자들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검은 덧칠로 가려진 부분에는 ▲amour(사랑) ▲ma tendre amie(나의 사랑하는 친구여) ▲pour le bonheur de tous trois(세 명 모두의 행복을 기원) ▲non pas sans vous(당신 없인 안 돼요) 등이 적혀있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프랑스 소르본대 연구팀

연구팀은 "덧칠로 지워진 내용 대부분은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관계를 드러내는 어조"라며 "강렬하고 친밀한 언어를 통해 연인 관계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페르센 백작에게 보낸 편지 대부분은 마리 앙투아네트 본인의 것이 아니라 페르센 백작이 필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기록 등에 따르면 편지를 베껴 쓰는 것은 일반적인 프랑스의 관습이었으며, 페르센 백작도 비슷한 목적으로 옮겨 적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프랑스 소르본대 연구팀

또 미쉐린 박사는 검은 덧칠을 한 것도 페르센 백작이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1791년 11월 페르센 백작이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역시 검게 덧칠된 "나는 편지를 암호화하는 데 지쳤어요"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평생 독신이었던 페르센 백작이 편지를 검게 칠하면서까지 보관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미쉐린 박사는 "페르센 백작의 사랑인지 정치적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민감한 내용을 가려 마리 앙투아네트의 명예를 지키고자 했던 것은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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