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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인공지능(AI)은 급속한 기술 발전 속에 문장 생성 및 요약, 코로나19 감염 검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술관에 오랜 시간 전시된 유명 작품이 AI를 이용한 분석을 통해 가짜일 가능성이 부상했다. 

가품 판정을 받은 그림은 17세기에 활약한 화가 페터르 파울 루벤스의 걸작 '삼손과 데릴라다. 삼손과 데릴라는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1980년 250만 파운드(40억원)에 사들여 화제를 모았으며 그 금액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660만 파운드(105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루벤스가 1610년쯤 그린 같은 제목의 ‘삼손과 고릴라’를 모사한 위작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짜일 가능성을 주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삼손의 발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루벤스 문하생이 그린 삼손과 데릴라 복사본을 보면 삼손의 발이 끝까지 있는 그려진 것과 달리,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그림 끝에 발이 잘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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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루벤스와 같은 시기에 활약한 프랑스 화가 프란스 프랑켄의 그림에 등장한 '삼손과 데릴라'도 발 전체가 중단없이 그려져 있다. 이처럼 그려진 범위의 차이와 다른 작품과 확연하게 다른 색감 차이를 근거로 내셔널갤러리이 구입한 삼손과 데릴라는 가짜일 가능성이 지적되어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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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회사 아트 레코그니션(Art Recognition)이 개발한 회화 분석 AI를 통한 분석이 새롭게 이루어졌다. 해당 AI는 동일 화가가 그린 작품을 여러장 스캔해 붓 움직임의 특징 등을 인식해 각각의 작품이 동일 화가에 의해 그려진 것인지 판별한다. 

분석 결과, 내셔널 갤러리가 보관해 온 삼손과 데릴라는 '91% 가짜'로 판정됐다.

아트 레코그니션의 집행임원인 과학자 카리나 포포비치 박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실수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루벤스의 진품으로 알려진 다른 작품들과 여러 번 반복해 조사했다. 붓질 방식은 물론 그림 구석구석까지 전체를 빠짐없이 스캔해 확인했지만 결과는 항상 동일했다"며 분석 결과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편, 내셔널 갤러리의 대변인은 언론 취재에 대해 "증거가 완전히 공개돼 제대로 평가될 때까지 입장을 표명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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