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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탄소 배출량 절감을 위해 미국과 유럽의 가스 의존도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렌조 시모넬리 글로벌 에너지 기업 베이커휴즈 CEO)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 속에 각국 정부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도 연이어 폐기하고 있다. 이같은 노후된 발전소의 단계적 폐쇄와 팬데믹 등의 영향이 맞물려 세계적인 천연 가스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자원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그린플레이션'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친환경 에너지 자원인 천연가스 가격이 지난 1년간 5배 폭등하는 등 천연가스 쇼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노르웨이 등 생산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유럽이 보유한 천연가스 저장량은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온화한 날씨로 인해 풍력 발전 출력이 감소한데다 일반적으로 가스 소비량이 급증하는 동절기를 앞두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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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추기란 쉽지 않다. 앞서 미 국무부는 "올겨울 추위가 심하다면 유럽 일부 지역에서 난방용 가스가 충분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면서 "천연가스 부족은 모든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격 급등은 천연가스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세라믹·유리·시멘트 제조 등 2차산업을 중심으로 이미 중국 기업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비료 생산자는 생산 감축에 나서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각국 정부와 전력 회사는 천연가스의 확보가 이미 너무 늦었다고 보고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인 중국 역시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수입했음에도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보호 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각오하고 석탄 등의 사용량을 늘리는 곳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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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한국도 에너지 부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매체는 "한국은 장기 액화천연가스(LNG) 계약으로 공급에 큰 차질은 없겠지만, 한국전력도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인상했다"며 "급작스러운 한파가 닥친다면 높은 가격에 천연가스를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천연가스 수출국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을 수출할 계획이지만 수출 증가는 당연히 자국 내 공급량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미국 기업들은 정부에 수출량을 감소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가스는 미국 내에서 2014년부터 고가로 거래되고 있어 수익성과의 균형이 고려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천연가스 시장이지만, 앞으로 세계가 얼마나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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