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망원경 LCRT 개념도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달은 지구에서 약 38만km 떨어진 곳에서 공전하고 있는 위성으로, 자전 속도를 완화하고 자축 기울기를 안정시키며 조수간만의 차를 만드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구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달에 천문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NASA가 추진하고 있다. 인류가 달에 천문대를 만들려는 이유에 대해 NASA 과학자가 설명했다.

2020년 4월 NASA는 달의 뒤편에 있는 운석구덩이인 크레이터를 거대한 전파망원경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달 크레이터 전파망원경(LCRT·Lunar Crater Radio Telescope)'으로 불리는 이 망원경의 크기는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큰 전파망원경의 두 배가 될 전망이다.

크레이터 자체를 파라볼라 안테나(parabolic antenna)의 토대로 사용하고 폭 1km 이상의 안테나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현시점에서 NASA 공식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2021년 4월 50만 달러의 연구비 예산을 추가 지원받아 2단계에 돌입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달에 전파 망원경을 굳이 설치하는 이유는 단순히 안테나에 유효한 거대 크레이터가 존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LCRT 아이디어를 제안한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로봇 기술자인 셉타르시 반디요파디예(Saptarshi Bandyopadhyay) 박사는 지구를 둘러싼 전리층이 전파 망원경 관측의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리층은 대기 상층부에 있는 분자나 원자가 이온화(전리)한 영역이며, 태양이나 우주에서 날아오는 유해한 광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한다. 그러나 전리층은 파장 10m 이상의 우주 전파를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지구에 설치한 전파 망원경은 10m를 넘는 우주 전파를 관측할 수 없다. 

반디요파디예 박사는 "전리층은 매우 강력해 주위에 위성을 두고도 우주 전파를 관측할 수 없다"며 "따라서 10m 이상의 전파를 우주에서 직접 포착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최적의 위치는 달 뒷면이다"라고 말한다. 달은 늘 지구에 한쪽 면이 향해 있기 때문에, 뒷면은 지구의 전자 노이즈로부터 항상 보호되는 장점이 있다.

LCRT는 10~50m 파장 대역(6~30㎒ 주파수)으로 초기 시대의 우주를 관측하므로, 암흑 물질 및 암흑 에너지의 수수께끼를 규명할 대발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주 전체의 질량과 에너지 중 암흑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26.8%이고, 암흑 에너지가 68.3%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천문학자들은 빅뱅의 순간에 무엇이 일어났는가와 현재 우주 모습에 대해 몇 가지 아이디어와 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해 우주의 성립과 구조 연구에 제한을 받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SA

반디요파디예 박사는 "우리는 10m 이상의 파장을 관측해 왜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가 존재하는가? 이들의 패턴은 무엇인가? 왜 우주에 더 많은 물질과 반물질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자력도 20세기에는 미지의 영역이었지만 현대 발전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 후손은 성간 여행을 위해 암흑 물질을 이용할지도 모른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달 뒤편에 거대한 전파 망원경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LCRT는 인간이 아닌 로봇이 전파 망원경을 구축하는 계획이다. 건설에 필요한 장비를 실은 우주선과 이것과는 별도로 행성 탐사용 로버인 듀악셀(DuAxel)을 보낼 우주선도 필요하다. 필요 예산은 10억~5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반디요파디예 박사는 "긴 여행이 될 것이다. 나는 젊은 과학자지만 은퇴하기 전에 프로젝트의 완성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편, 하버드 대학 천문학자인 아브라함 로브(Abraham Loeb) 박사는 달에 설치해 혜택을 받는 것이 전파 망원경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달은 대기에 의한 왜곡이 없고, X선도 대기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광학 망원경과 X선 망원경의 정확도가 상승한다. 또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와 같은 중력파 검출기도 지진 노이즈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