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합의…고체연료 활용 우주발사체 개발 ‘탄력’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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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아무래도 액체로켓과 비교할 때 고체로켓은 보관도 용이하고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대기 시간도 짧습니다. 무엇보다 제작비용도 훨씬 저렴하고 구조도 단순하기 때문에 장점이 많습니다." (KMSAI 우주개발 연구소 이은석 연구위원)

지난 1978년 한국이 지대지 탄도미사일 ‘백곰’ 개발 성공한 이후 1년이 지난 1979년 미국은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골자로 한 ‘한미 미사일 지침’을 정했다. 그로부터 40년간 우리나라는 고체연료를 활용한 미사일 또는 로켓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28일 한국과 미국은 우주발사체(로켓)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미사일 지침’ 개정에 합의했다.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되면서 우리나라는 고체연료를 사용한 우주발사체 개발과 생산에 순풍의 돛이 올랐다.

우주선을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리기 위한 강력한 추진제에 활용되는 로켓연료는 크게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로 구분된다. 로켓 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를 내부에 탑재하는데 고체연료와 고체 산화제를 사용하는 것을 ‘고체 추진제’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고체연료’라고 불린다.

고체로켓은 액체 방식보다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고체엔진을 탑재한 발사체는 액체엔진 발사체보다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내 우주선 누리호의 KRE-075 액체엔진의 경우 전체 부품 수는 약 1200개에 달해 고체발사체의 2~3배를 넘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고체발사체는 액체로켓 보다 가볍고 구조가 단순해 개발 기간도 짧고 제작 비용도 낮다는 장점이다.

부품의 수량부터 구조, 그리고 연료 보관과 제작 비용이 액체로켓보다 경쟁력이 높은 고체로켓은 이미 전 세계 민간 우주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항천과학공업그룹에서 분사한 아이스페이스와 엑스페이스 등이 개발에 나섰고 미국 역시 스타트업 아드라노스가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성분을 낮추는 고체로켓을 개발했다.

때문에 그동안 국내 우주산업 개발에 제동을 걸었던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는 미래 우주산업 경쟁을 위해 다양한 기술 개발을 위한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될 전망이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달 29일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오는 2024년 고체 우주발사체 발사에 청색등이 켜졌다.

시험이 완료된 고체추진기관은 소형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 추진기관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그동안 고체연료 추진제 연구를 통해 축적해 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이번 시험에 적극 활용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40년 간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개발에 제동이 걸렸던 고체 우주발사체 핵심기술을 확보함에 따라 미래 국방 우주전력 강화가 기대되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유럽, 일본, 인도와 함께 7대 우주강국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국방부는 이번 국내 독자기술 기반의 고체 우주발사체 개발을 바탕으로 주요 구성품을 검증하고 통합해 오는 2024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소형발사체 개발을 위한 민간 기술 지원도 추진하게 된다. 국방부는 고체추진기곤 연소시험을 통해 확보된 고체발사체 기술을 관련 절차를 거쳐 민간에 기술이전 될 예정이어서 민간기업 주도로 고체발사체 제작 및 위성발사 서비스도 이뤄지도록 기술지원도 추진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정부는 뉴 스페이스 시대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을 견인하고 우주산업 발전을 통한 국가경제 및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체 발사체 개발에 탄력이 붙으면서 정부 역시 민간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소형발사체 발사를 지원하기 위해 나로우주센터 내 신규발사장 및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단기 발사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민간 기업 발사를 지원토록 1단계(고체)-2단계(액체 포함)로 사업을 확장키로 하고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우주개발진흥법 개정과 우주산업클러스터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Tip : 로켓 개발의 역사=인류가 본격적으로 우주 개발에 나선 시기는 지난 1957년 구소련에서 시작됐다. 당시 소련은 세계 최초로 R-7 우주발사체를 개발했다. R-7 로켓은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같은 해 10월 발사에 성공했다. 소련의 우주개발을 견제하고 나섰던 미국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1958년 1월 ‘주피터-C’ 로켓을 활용한 ‘익스플로러 1호’를 성공하면서 인류의 로켓 개발이 본격화됐다. 이번 고체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7대 우주강국’에 편승하게 된 대한민국은 지난 1988년 우주발사체 개발에 나섰고 1993년 1단형 고체추진제 과학관측로켓 ‘KSR-1,2호기’를 발사해 150kg 탑재체를 상공 130km까지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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