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은 23일 보고서를 통해 자원개발사업 후발주자인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역량 축적과 시장정보 획득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특히 자원시장에서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신흥자원부국들에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 자원 부국들 중에서 2000년대 들어 개발 성과가 확대된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중남미, 아프리카를 들 수 있다. 최근 10여년간 이들 지역의 석유개발 성과와 생산량이 대폭 증가했다.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의 석유 매장량 증가 비율은 각각 229%, 37%에 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아프리카 지역은 또한 석유 생산량 증가 속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서 종합적으로 유전개발과 생산이 모두 활발했다..


가스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의 생산량 증가속도가 돋보였다. 두 지역의 생산량 증가율이 각각 62%, 56%에 달해 매장량 증가율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런 결과는 자원개발의 상류사업 단계 중에서 탐사, 개발 과정이 마무리되고 생산 단계에 접어들면서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었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일반 광물자원 시장에서도 신흥 자원부국들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0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코발트의 70%, 크롬의 56.5%, 망간, 우라늄의 20% 이상이 아프리카산이었다. 중남미 지역은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45%, 보크사이트 생산량의 24%, 금 20% 등을 차지했다.




●한국진출 수준은 아직 낮은 편


이처럼 자원 개발 실적이 급증한 지역에 대한 한국 기업의 진출 성과는 아직 크지 않다. 한국기업의 석유, 가스 투자에서 아프리카 지역 비중은 2010년까지 4.9%에 그쳤다. 광물 자원에 대한 투자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아프리카의 경우 동남아지역 투자 규모를 다소 웃도는 15.7%를 기록한 반면, 중남미 지역 비중은 12.7%를 기록했다.


한국기업의 진출도가 여전히 낮은 원인으로는 현지시장에 대한 정보부족, 오해나 선입견 등에 기인한 낮은 이해도, 높은 위험회피 성향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현지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지 시장의 특징을 파악하고 일부 오해나 편견을 바로 잡는 등 현장밀착형 사업 검토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신흥 자원부국의 특징


신흥 자원 부국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으로는 첫째, 강력한 자원민족주의, 둘째, 사회 공동체의 문화적 특수성, 셋째, 자체 자본 조달 능력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의 신흥 자원 부국에서는 자원민족주의 성향이 강하다. 신흥 자원 부국들은 제조업 등 경제적 기반이 부족하고 소득의 대부분을 자원 수출에 의지하는 등 자원을 경제 발전의 근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앙아시아 등 일부 지역 국가들에서는 자원이 최고 통치자의 권력을 유지하는 절대적 기반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따라 자원관련 사업권의 허가비용이 대폭 인상되는가 하면 현지 기업과 인력의 참여도를 높일 것을 요구받고, 자국산 물품 사용의 의무화 수준도 계속 높아지는 등 투자자가 정부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커지고 있다.




둘째, 신흥 자원부국들은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를 가진 사회인 경우가 많다. 인류학에서 나온 용어인 고맥락 문화는 친근한 환경하에 정보와 경험의 공유가 많이 이루어지는 사회들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맥락 문화가 지배적인 사회는 수많은 씨족 등 다양한 집단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을 존중하는 경향도 강하고 가정, 직장에서도 개인보다 집단 생활을 선호하므로 부패에도 취약하다고 간주된다. 사소하게는 회의 시간에서부터 크게는 계약기한 등 지키지 못할 약속을 곧잘 하는 현상들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문화적 특성의 영향으로 고맥락 사회에서는 사업추진 과정에 부패 문제 등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고 합의된 계약 사항들이 일방적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 고맥락 문화권에는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 중동, 중국, 이란, 터키 등 선진 경제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속한다. 결국 신흥 자원 부국들 대부분이 고맥락 문화권의 국가들인 것이다. 따라서 신흥 자원 부국에 효과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지의 고맥락 문화에 신속하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흥 자원 부국은 자체자본 조달역량이 약하다. 현지 정부가 보유한 자체 재원도 부족하고 제조업 등의 발달이 미진해서 경제적 기반이 빈약하므로 자본 축적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흥 자원부국에서의 사업을 위해서는 자본조달 역량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이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기관들이 위험 관리를 강화한 결과, 위험도가 큰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가 과거에 비해 침체되어 있어 자금조달 역량에 따라 현지 사업권 획득 가능성이 좌우될 정도이다.


이 밖에 자원 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 자국인력이나 물품을 일정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이른바 ‘Local Contents'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움직임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수익성 저하의 원인으로는 내륙 오지, 심해 등 개발 지역 확장에 따른 개발 난이도의 상승, 인프라 구축 비용의 증가 및 소비지와의 거리 연장에 따른 운송비 증가 등 비용 증가 요인들과 소유권 관련 각종 규제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현지시장에 대한 오해와 편견


이 같은 신흥 자원부국의 특징과 현지 제도, 문화 등을 단편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오해와 편견을 가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선입견들을 들면 첫째, 정정 불안 등의 위험이 너무 커서 현지사업은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등지에서의 자원개발 사업을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다. 사업권을 획득한 이후에도 여러 불안 요인들로 인해 사업이 일시중단되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권을 박탈당할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정정불안이 투자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현실적 필요성을 직시한 현지에서 다양한 투자자 보호 활동이 진행되는 긍정적인 면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해외기업의 자원 개발 사업이 현지 정부뿐 아니라 반군, 쿠데타 세력 등 모두로부터 공동 보호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국인 투자에 의해 창출되는 외화 소득과 고용 효과 등 경제적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효과에 대해 모두 공감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현지 사업권 획득의 관건은 최고 권력자와의 네트워킹으로 여기는 점이다. 이는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 아시아의 일부 국가에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지만 신흥 자원부국들 중 일부에서는 다른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현지 조사나 해외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현지 기업과의 제휴도 정계 인맥 확보에 못지 않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메이저 석유기업의 텃밭인 나이지리아에 2005년 진출할 독립계 자원개발 기업인 영국의 Afren 사와 현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체결을 통한 성공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2006년 당시 나이지리아 정권에 인프라 구축과 연계한 Package Deal을 제안해서 획득했던 중국 CNPC사의 사업권은 2007년 정권 교체 이후 파기되었다.



정계인맥을 구축한 효과가 정권 교체와 더불어 사라져 버린 사례로 꼽힌다.


셋째는 미비한 법·제도가 신흥 자원부국 진출의 장애물이라는 점이다. 제도와 관련한 투자 위험은 비단 신흥 자원부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선진국을 포함한 모든 해외 투자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투자 관련 법규에 대한 사전적 검토가 미비하면 법·제도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조차 사업 실패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중국 국영 기업인 CITIC 사가 예상치 못한 거액의 비용을 지출해야 했던 오스트레일리아 철광석 투자사업이 좋은 예다.




넷째는 자원관련 정보가 대부분 공개돼 추가개발 여지가 적을 것이란 오해다. 자원 부국들의 개발 역사가 오래된 만큼 자원 관련 정보도 대부분 파악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과거 식민지 시대부터 선진국 기업들이 진출했으므로 이미 알려질 만큼 다 알려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오랜 개발역사에도 불구하고 신흥 자원부국들에는 현지탐사, 개발과정을 거치지 않은 지역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도로, 항만 등 운송 인프라의 부족 문제가 여전히 아프리카 내륙 오지의 자원 개발 사업에서 주요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셰일가스 개발사업에 대한 관련업계의 논쟁에서도 신흥 자원 부국 시장의 개발 여지가 많음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세계 32개국을 대상으로 2011년 진행된 연구에서는 미국 매장량의 8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인 약 6,600조 입방피트의 셰일가스가 미국 외 지역들에 매장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접근성이 떨어져 현지탐사 활동에 대한 제약이 많은 신흥 자원부국일수록 추가 탐사 가능성 역시 크다고 추정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회, 문화적 특성 파악과 현지 적응이 중요


어떤 기업이든 현지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특히 신흥 자원부국에 관심을 둔 기업들은 자원관련 정보뿐 아니라 대상지역의 사회, 문화적 특성 파악과 현지 적응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지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유능한 현지 파트너의 발굴과 제휴관계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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