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국회 통과..각국 도미노 규제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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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번 법안에는 ▲앱마켓 사업자가 앱 개발사에 강제해 오던 특정 결제 수단 ▲모바일 콘텐츠의 부당 삭제 ▲앱 심사의 부당한 지연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리콘밸리 IT 공룡을 겨냥한 앱마켓 반독점 규제 법안이 한국에서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 최초이기도 하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이용자의 인앱(In App) 결제 금액 15~30%를 수수료로 부과하며 그간 상당한 수익을 창출해 왔다. 

앱 개발사들은 오래 전부터 불합리한 제약이라고 토로해 왔다. 이 방식을 강제할 경우 수수료 부담이 높아지고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모바일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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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앱마켓 사업자가 자신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번 법안 통과는 구글이 국내에서만 연간 5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도 세금이 매우 적다는 문제의식도 배경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구글이 10월부터 국내에 강제 도입하려 했던 '인앱 결제' 방식도 어려워졌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기존에 인앱 결제를 적용하던 게임 외에도 구글플레이 모든 앱을 대상으로 콘텐츠 결제 금액의 30% 수수료를 부과할 방침이었다. 

현재 구글은 직접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후속 대응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수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 외신, 앱마켓 '통행세' 철퇴 집중 보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구글의 인앱 결제 방침도 한국의 통행세 철퇴로 노선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구글과 애플이 법안을 회피하는 대응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해 실효성을 확보할지 향후 대응에도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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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언론은 법안의 국회 본회 통과 이후 관련 소식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앱 마켓 사업자의 수수료 징수에 관한 규제 사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법을 도입할 도미노 규제 가능성도 예고되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는 트위터에 "나는 한국인이다(I am a Korean)!"라는 글을 남기며 이번 법안에 환호했다. 에픽게임즈는 현재 애플과 수수료 갈등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마샤 블랙번 미 상원의원은 "빅테크의 앱 마켓 영향력을 낮추는 조치에 미국도 나서야 할 때다. 혁신적 스타트업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법 정비를 많은 의원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입법을 두고 인앱 결제에 대한 구글과 애플의 영향력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법률"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수수료 수익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조치가 무산되면 입게 될 막대한 손실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 통신은 "이번 결정이 인앱 결제 방식에 대한 세계적인 비판 움직임 속에 나왔다"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유사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전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테크크런치는 "한국에서의 움직임이 전환점으로 작용해 다른 나라에서도 엄격한 규제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IT 공룡들의 앱마켓 독점에 미국 내외에서 비판이 높아지고 있지만, 법 개정까지 이른 것은 세계 최초라고 소개했다. 일본 네티즌들도 한국의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에픽게임즈 주장과 마찬가지로 독점보다는 수수료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미국 정부(법적 의미에서)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선심성 법 개정이다. (jun*****)
일반적으로 결제 방법이 하나라는 것은 애초에 경쟁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불공평 (777)  
한국의 방식이 맞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미국 내에서조차 강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jij*****)
일본에도 반드시 적용해야 법이다. 일본도 향후 다양한 형태의 앱 개발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독점 체제를 해소해야 한다.(man*****)

◆ 앱수수료 한발 물러선 애플...일부 외부결제 링크 허용  

한편, 한국이 쏘아 올린 제재는 전세계 규제 당국의 입법화 시도를 앞당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2일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구독형 콘텐츠 앱 사업자에 한정해 외부결제 시스템 사용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처음으로 앱 내부에 외부결제로 연결되는 링크를 허용하기로 한 것. 이번 방침은 시장 독점 행위를 조사하던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와 합의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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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 초부터 전 세계 '리더(reader) 앱'들이 앱 안에서 자신들의 웹사이트로 연결하는 링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앱 결제에 대한 비판 속에 유사 법안이 각국에서 추진되는 등 압박이 심해지면서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정책 변경안에 대해서는 허용 범위를 '리더앱'으로 한정하고 게임은 제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기존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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