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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SNS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상대에게 폭언을 일삼거나 정치적 논쟁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 즉 '인터넷 트롤(Internet troll)'이 존재한다. 

국내에서는 흔히 '악플러'로 칭해지는 이들은 공격적이며 무례한 말, 나아가 인종주의·동성애 혐오·외설스러운 말 등으로 논란을 부추긴다. 미디어 등에서는 흔히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인터넷의 익명성이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든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담론은 잘못된 것이며 실제로는 인터넷에서 공격적인 사람은 실생활에서도 공격적이라는 사실이 덴마크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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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정치학부 알렉산더 보어(Alexander Bor) 박사 연구팀은 미국과 덴마크인 총 8434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먼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정치적 논의에서 어느 정도의 악의적인 행동을 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포함된 조사를 3회에 걸쳐 실시했다. 그 결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나타난 적의를 담은 행동 사이에는 놀라운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정치적 토론을 할 때 적대적인 사람은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는 정치적 토론에서도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개인은 타인의 인정과 토론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지배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보어 박사는 "온라인에서는 논쟁 상대의 얼굴을 보지 못하며 빠르게 글로 진행되는 커뮤니케이션은 오해를 일으키기 쉽다"며 "하지만 심리학 연구를 통해 모든 사람이 똑같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결국, 이러한 성격 차이가 온라인 적대감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인터넷이 사람들을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사람들의 행동을 더 잘 보이게 할 뿐이며, 타인에게 공격적인 사람일수록 인터넷에서 트롤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온라인에서 폭언을 일삼는 사람은 오프라인에서도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하고, '인터넷의 익명성 자체가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든다'는 가설은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정치적 양극화가 진행되는 미국과 사회적 갈등이 적은 덴마크라는 상반된 국가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결과에 차이가 없었다"며 "다른 서양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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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터넷과 실생활의 공격 성향은 일치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의 공격성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미국(왼쪽)과 덴마크(오른쪽)의 '정치적 논의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온라인 토론을 나타내는 짙은 회색의 그래프가 오프라인에서의 논의를 나타내는 회색 그래프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덴마크와 미국 모두 "온라인 토론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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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어 정치적 논의에서 공격의 대상이 된 인물에 대해, 인터넷과 실생활로 나눠 '본인' '친구' '타인'으로 나눠 답변을 요청했다. 그 결과 미국과 덴마크 모두 "타인에 대한 폭언이 더 잘 보인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쪽의 폭언이 현저하게 보인다"는 공통점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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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환경 모두에서 자신이 개인적으로 공격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온라인 환경에서 사람들은 타인이 공격을 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관찰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조사 결과에 대해 논문 공동 저자인 오르후스 대학 미카엘 뱅 피터슨(Michael Bang Petersen) 교수는 "많은 이들이 온라인에서의 정치적 논의를 공격적이라고 느끼는 것은 가시성 때문이다. 즉 온라인 토론은 대규모 공공 네트워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터넷 트롤링 행위는 현실 세계에서 같은 사람이 행하는 동일 언동보다 훨씬 더 눈에 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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