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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인의 성공이 본인의 노력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부모나 환경에 의존한 것인가"라는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르 이란 대학과 미시간대학 공동 연구팀이 하이에나의 사회 구조를 분석해 "새끼의 사회적 지위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개인의 성공에 부모가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담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2018년에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재능이 없는 아이'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재능있는 아이'보다 높은 비율로 대학을 졸업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성공은 타고난 재능보다 환경이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제시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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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연구팀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인간 이외의 사회적인 동물에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케냐 마사이 마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하이에나의 혈연관계 및 집단 구성을 20년 이상 추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단 내에서의 어미 지위와 새끼 지위의 관계성에 대해 검증했다. 

하이에나는 여러 가족이 모여 무리를 구성하고 암컷이 리더를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 무리 중에서도 높은 지위인 하이에나의 새끼는 어미가 속한 무리에 있는 편이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무리 중 낮은 지위인 하이에나의 새끼는 어미와 다른 무리에 속하는 편이 장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의 일원이자 동물 사회학을 연구하는 아미얄 일라니(Amiyaal Ilany) 교수는 "지위가 높은 어미의 자손은 보다 강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다. 이것은 '실버 스푼(한국의 금수저)'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지위가 높은 하이에나의 새끼는 어미의 집단 내 위치를 모방해 높은 지위에 앉는다. 반대로 어미의 지위가 낮은 경우에는 다른 집단에 속하는 것이 높은 지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부모의 지위가 자녀의 지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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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 대학 조쉬 퍼스(Josh Firth)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부모가 자녀의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관계를 구축하는 상대가 본인의 행동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인간관계는 부모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며 하이에나뿐 아니라 인간의 사회적인 위치도 부모 세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퍼스 교수는 무리를 구성하는 박새(Parus minor)도 사회적 지위의 세대 간 상속 현상이 나타난다며 "하이에나와 박새에서 나타난 결과는 자연계 시스템을 해명하는 이정표"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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