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한진희 교수팀, 기억 형성 원리 최초 규명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사진 좌측부터 정이레 박사·한진희 교수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사진 좌측부터 정이레 박사·한진희 교수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이번 연구를 통해 기억 엔그램에 참여하는 뉴런들이 어떻게 결정되고 언제 결정될 수 있는지 신경과학적 이해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되며 무엇보다 기억 형성 과정 이해를 기반으로 정신질환인 치매, 조현병 치료법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KAIST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힘든 질병 중 하나인 ‘치매’, 그리고 뇌 질환의 심각한 질병으로 꼽히는 ‘조현병’ 치료가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 전망이다.

KAIST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 연구팀은 뉴런과 이들 사이 시냅스 연결로 구성된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에서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선택되는 근본 원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과거의 경험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뇌에 저장되고 나중에 불러오게 된다. 이처럼 기억은 뇌 전체에 걸쳐 극히 적은 수의 뉴런에 인코딩되고 저장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뉴런들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원리로 선택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때문에 신경과학의 미해결 난제 중 하나인 기억이 뇌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규명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중요할 뿐 아니라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단서로 제공돼 사회적,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생쥐의 뇌 편도체 부위에서 학습조건인 LTP가 발생하지 않는 시냅스를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특정 패턴으로 자극, 인위적으로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게 만들거나 약하게 좍하고 이때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달라지는지 연구팀은 조사했다.

이를 위해 생쥐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기 전 이 시냅스를 미리 자극해서 LTP가 일어나게 했을 때 원래는 기억과 상관없었던 시냅스에 기억이 인코딩되고 LTP가 일어난 뉴런이 주변 다른 뉴런과 비교해 매우 높은 확률로 선택적인 기억 인코딩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히 학습하고 난 직후 시냅스를 다시 광유전학 기술로 인위적으로 자극해서 이 시냅스 연결을 약하게 했을 때 시냅스와 뉴런에 기억이 인코딩되지 않는 결과를 얻어냈다.

반면 정상적으로 생쥐가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고 난 직후 LTP 자극을 통해 시냅스 연결을 인위적으로 강하게 했을 때 놀랍게도 LTP를 조작해준 시냅스에 공포 기억이 인코딩되고 주변 다른 뉴런들에 반해 LTP를 발생시킨 뉴런에 선택적으로 인코딩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진희 교수는 “LTP에 의한 뉴런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패턴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경험과 연관된 특이적인 세포 집합체가 뇌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며 “이렇게 강하게 서로 연결된 뉴런들의 형성이 뇌에서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임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KAIST 생명과학과 정이레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지난달 24일 네이처 출판 그룹의 오픈 액세스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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