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기대 수명은 평균 83.3년으로 OECD 평균을 2년 이상 웃돌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이 80.3년, 여성은 86.3년으로 6살 더 많게 나타났다.
남녀의 수명차이는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과학 미디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가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긴 이유를 정리했다.
일반적으로 여성 호르몬으로 불리는 에스트로겐과 남성 호르몬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을 비교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많은 에스트로겐을 분비하고 적은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한다.
에스트로겐은 심장 질환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작용이 인정되고 있으며, 반대로 남성 호르몬은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등 여러 질병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남덴마크대학에서 인구학을 연구하는 버지니아 자룰리(Virginia Zarulli)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은 위험한 행동을 일으키거나 높은 공격성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여성 수명과 테스토스테론의 적은 분비량이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룰리 교수는 남녀 염색체의 차이도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에서 X염색체를 받지만, 남성은 어머니로부터 X염색체를 물려받고 아버지로부터 Y염색체를 받는다.
따라서 혈우병과 뒤셴 근위축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 등 X염색체 돌연변이가 원인인 질환은 여성의 경우 두 개의 X염색체에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으면 발병하지 않지만, 남성은 하나의 X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발병하기 때문에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1890년~1995년까지 1만 1000명에 이르는 가톨릭교회 수도사와 수녀를 대상으로 실시된 대규모 조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약 1년 긴 것으로 밝혀졌다.
자룰리 교수는 "성직자의 생활 양식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남녀 모두 위험한 행동을 피하고 있다. 따라서 1년의 차이는 생물학적 이유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조사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물학적 이유로 인한 평균 수명의 차이는 약 2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균적으로 남녀 수명 차이는 4~5년이다. 생물학적 차이가 2년이라고 추정하면 나머지는 사회적 요인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서는 남성은 여성에 비해 과도하게 알코올을 섭취할 가능성이 2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세계 남성의 35%가 흡연자인 반면 여성 흡연자는 불과 6%이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33% 많이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인이 남녀 수명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남녀 수명 차이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수명 차이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자룰리 교수는 "여성의 흡연 기회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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