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파스퇴르 공동연구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이상엽 특훈교수 “”신종 바이러스 대응 기술 지속 개발할 것“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한국과학기술원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한국과학기술원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이번 연구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 출현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했다는데 그 의미가 높고 앞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유사 바이러스나 신종 바이러스 출현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KAIST 이상엽 특훈교수)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치료 시 약물을 주입하는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복용) 약물을 통해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특히 새롭게 개발에 성공한 치료제는 기존 코로나19 치료제로 알려진 ‘렘데시비르’ 보다 효능이 2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바이러스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와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김승택 박사 공동연구팀이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아 임상에서 사용 중인 ‘렘데시비르(상품명 베클러리)의 경우 사망률은 낮추지 못하고 회복 기간 역시 5일 정도 단축하며 치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정맥 주사제로 입원을 통해 수일 동안 투여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펜데믹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약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의약계에서는 사망률을 낮추고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갈증을 느껴왔다.

이번 이상엽 특훈교수와 파스퇴르연구소 김승택 박사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한 약물 재창출 전략을 수립했다.

여기서 ’약물 재창출‘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FDA 승인 약물 또는 임상 진행 중인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방식을 의미한다.

KAIST 연구팀 장우대 박사는 FDA 승인 약물 또는 임상 진행 약물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집해 6218종 약물 가상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특히 이 약물들을 모두 검증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바이러스 치로제로 가능성 있는 약물만 선별할 수 있는 컴퓨터 기반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도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가상 스크리닝 기술은 단백질-약물 복합체 구조 정보를 이용해 다양한 후보 약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스크리닝할 수 있는 특징이다.

아울러 바이러스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는 핵산 유사체 기반 전구약물의 활성형 구조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전구약물은 그 자체로는 약효가 없고 체내 대사를 통해 활성형 구조로 변환돼야만 약효를 나타낸다 이에 따라 전구약물으로 활성형으로 구조변환 후 도킹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가상 스크리닝 플랫폼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와 증식에 필수적인 단백질 가수분해 효소와 RNA 중합효소를 저해할 수 있는 후보 화합물을 15종과 23종으로 각각 선별했다.

가상 스크리닝으로 선별된 38종 약물에 대해 한국파스퇴르 연구소의 생물안전 3등급(BSL-3) 실험실에서 세포 이미지 기반 항바이러스 활성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약효를 검증했다.

연구팀은 가장 먼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감염시킨 원숭이 신장세포를 이용한 시험관 내 실험을 수행한 결과 38종 약물 가운데 7종의 약물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다. 여기에 검증된 7종의 약물에 인간 폐 세포에서 추가적인 검증 실험을 수행, 3종의 약물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다.

후보 약물에는 암 및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임상 진행 중인 오미팔리십, 암 및 조로증으로 임상 중인 티피파닙, 식물 추출물로 항암제 임상이 진행 중인 에모딘이 있다.

이 가운데 오미팔리십은 현재 코로나19 표준 치료제 렘데시비르 대비 항바이러스 활성이 약 2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티피파닙은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수준으로 항바이러스 활성이 확인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예측 성능이 우수한 약물 가상 스크리닝 플랫폼을 구축했다.”며 “이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유망한 후보물질을 단기간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7일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온라인으로 게재됐으며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KAIST 코로나대응 과학기술뉴딜사업과 바이오 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용어 해설
▶가상 스크리닝(Virtual Screening)는?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타겟 단백질에 대한 새로운 유효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사용되는 컴퓨터 기반 기술이다.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은? 이미 치료제로 시판 중이거나 임상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됐지만 임상에서 효과가 부족해 실패한 약물 등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경우가 있다.
▶도킹 시뮬레이션(Docking Simulation)은? 단백질과 리간드가 서로 결합해 복합체를 형성할 때 결합 방향 및 결합 에너지 등을 예측하기 위한 컴퓨터 기반 모델링 방법이며 다양한 약물의 결합 세기를 예측해 가장 효과가 뛰어난 약물을 선별할 때 활용될 수 있다.
▶전구 약물(Produug)은? 약효를 나타내지 않지만 생체 내 대사를 통해 활성형으로 분자 구조가 변환되면 약효를 나타내도록 설계한 약물을 의미한다. 용해도, 화학적 안정성, 흡수성, 생체이용률 등 약물의 특성을 향상시키는 이점이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