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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난 6월 18일 일본 정부는 '성장 전략 실행계획'을 결정했다. 이 계획에는 반도체 기술 개발이 포함되어 있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가 일본이 반도체 왕좌를 되찾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며 이를 보도했다.

성장 전략 실행계획은 일본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제6장 '경제 안전보장 확보와 집중 투자'에서 일본 반도체 산업의 현황을 정리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 중장기 동향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일본 '성장 전략 실행계획'(2021)

성장 전략 실행계획에서 제시된 반도체 시장 동향 관련 그래프를 보면 일본 반도체 산업은 1988년 세계에서 50.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매출 감소가 이어지며 2021년에는 점유율이 10%까지 떨어졌다. 

2017년 기준 일본 반도체 수요의 64.2%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6.8%를 대만, 8.9%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매년 미세화가 진행되고 있다. 2019년 12월 기준 면적별 반도체 생산 능력 비율을 확인하면 일본에서는 22nm 이하 반도체는 전무한 상태이며, 28nm 이상의 반도체만 생산하고 있다. 

이에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은 최첨단 공정에서 10년 이상 지연된 기술로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모바일 플래시 메모리 분야의 키오시아와 카메라 이미지 센서 분야의 소니를 제외하고, 일본에서는 한정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매력이 적은 반도체만이 제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 반도체 수요에서 차지하는 수입 비중(2017)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일본 '성장 전략 실행계획'(2021)

일본 반도체 산업은 공정기술 미세화에 늦으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반도체 공장 수 추이를 살펴보면 2009년 104개에서 2019년 84개까지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세계 최대의 공장 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성장 전략 실행계획에는 "첨단 반도체 설계 및 제조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기금 등으로 적극 지원한다" "첨단 반도체 생산 거점을 일본 내 입지로 유치해 확실한 공급 체제 구축을 도모한다"는 등의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즉,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의 연구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 반도체 제조업체의 생산 거점을 일본으로 적극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자국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일본에는 신에츠화학공업과 SUMCO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실리콘 웨이퍼 제조 기업이 존재하며, 포토레지스트 및 불화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화학 약품에서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클린룸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그러나 매체는 "일본의 노력이 실제로 결실을 맺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이 반도체 시장에서 잃은 점유율을 되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반도체 제조 공장 증강과 최첨단 기술 구현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이 과거 수십 년에 비해 달라진 것은 반도체 생산 능력의 향상을 이제 계획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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