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그레일, 혈액검사로 50여종 암 진단...대규모 테스트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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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췌장암과 난소암 등 발견이 어려운 암을 포함해 50여종 이상의 암을 판별할 수 있는 획기적인 혈액검사의 대규모 실험이 추진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암진단 바이오 스타트업 그레일(Grail Inc)은 2020년 AI를 통해 50여종의 암을 검출할 수 있는 혈액 검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진행한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드디어 2021년 가을 14만명 규모의 대규모 테스트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레일은 유전자 검사 하드웨어 장치로 유명한 일루미나(Illumina)에서 스핀오프한 자회사로, 빌 게이츠와 제프 베조스 등 유명인사가 출자했으며 현재는 가장 유망한 바이오텍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암 치료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암 검사 대부분은 이미 암이 발병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그레일은 혈액 검사만으로 대부분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레일의 혈액검사는 혈액 내 암세포 유래 DNA 조각인 ‘Cell-free DNA(이하 CfDNA)’의 DNA 메틸화(methylation) 패턴을 조사하는 방식이다. CfDNA는 혈액계 세포가 사멸할 때 혈액으로 방출되는 DNA인데 암세포가 면역을 파괴할 때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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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로 인해 방출된 CfDNA는 DNA 메틸기(Methyl group)의 히드록실화(hydroxylation)로 생기는 'DNA 메틸화'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혈액 검사를 통해 암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 

회사는 2020년 3월 암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액 샘플을 AI에 학습시켜, 유방암·식도암·위암·난소암·폐암·다발성 골수종·췌장암 등 50종 이상을 감지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암 환자 2823명과 대조군 1254명, 총 4077명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의 정확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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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참여자는 미국 거주자로 21세~85세 연령층으로 구성됐다. 평균 연령은 암 환자 그룹은 62.6세, 대조군 그룹은 56.2세로 암 환자 그룹이 다소 연령이 높았다.

분석 결과 그레일의 혈액 검사는 암 환자 전체에서 평균 51.5% 정확도(true positive fraction)로 암을 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조군 그룹에서 암이 아닌 사람을 암으로 진단한 오진율은 0.5%에 불과했다. 이는 불필요한 수술 및 사고 방지로 이어질 수 있다.

암 발견률은 암 단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1단계 암 16.8% ▲2단계 암 40.4% ▲3단계 암 77.0% ▲4단계 암 90.1%로 확인됐다. 이 진단법은 체내에서 처음으로 암이 발생한 '원발 부위'를 88.7% 정확도로 특정했다. 

또 일반적인 선별 검사 방법이 없는 고형암(식도암·간암·췌장암 등) 정확도는 65.6%이며, 일반적인 선별 검사 방법이 존재하는 고형암(유방암·대장암·자궁 경부암·전립선암) 정확도는 33.7%, 혈액암(악성 림프종·골수종 등) 정확도는 55.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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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대표 저자이자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소속 에릭 클라인 박사는 암의 조기 발견은 치료의 성공률을 높여 암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번 데이터는 다양한 암을 검출할 수 있는 혈액검사와 기존 선별 검사를 병용함으로써 암의 발견 방법, 궁극적으로는 공중 보건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암 임상 디렉터 인 피터 존슨 박사는 "혈액검사가 치료 가능성이 높은 초기 단계에서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올 가을 NHS와 그레일은 공동으로 14만명을 대상으로 암 관련 혈액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며, 결과는 2023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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