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옥스퍼드대 "말라리아 백신, WHO 지정 75% 효능 목표 달성"
대규모 제조 및 저비용 공급 잠재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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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영국 옥스포드 대학이 말라리아 백신 후보로 연구 중이던 'R21/Matrix-M' 임상 2상 시험에서 77%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됐다. 

이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말라리아 백신의 유효성 목표로 설정한 "최소 75%"를 처음으로 만족하는 백신이기 때문에 치명적인 전염병인 말라리아 정복에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이다. 감염 시 발열 및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르는 열성 질환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얼룩날개 모기류'(Anopheles species)에 속하는 암컷 모기에 의해서 전파되는데, 한국에서는 중국 얼룩날개 모기(Anopheles sinensis) 암컷이 말라리아 원충을 전파시킨다.

2019년 기준 말라리아 감염자는 2억2900만 명이며, 이 가운데 40만9000명이 숨졌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말라리아 퇴치에 성공했으나 1993년 다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매년 500명 정도의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반적으로 야외활동이 줄고 비가 많이 내려 30% 이상 감소했다. 

아래는 빈곤 및 질병 관련 글로벌 집계 사이트 Our World in Data가 만든 인구 10만명 당 말라리아 사망자 수를 국가별로 분류한 지도다. 말라리아는 주로 열대 모기가 주로 매개체이기 때문에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 사망자가 집중돼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Our World in Data

1990년~2017년까지 말라리아 사망자 수를 연령대별로 나눈 그래프다. 5세 미만인 파란색이 가장 많은 것을 통해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Our World in Data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옥스퍼드대, 제약회사 노바백스(Novavax), 최대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세룸재단(Serum Institute of India, SII)은 말라리아 백신 'R21/Matrix-M'을 개발·제조해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은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에서 생후 5~17개월 4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투여 12개월 후 진행된 추적 조사 결과, 고용량 백신이 투여된 그룹의 예방 효과가 77%로 나왔고, 저용량 투여 그룹은 71%의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심각한 부작용도 없었다고 밝혔다. 

R21/Matrix-M 생산과 배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말라리아의 위험에 노출된 대부분이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논문 공동저자인 옥스퍼드대 제너 연구소의 아드리언 힐(Adrian Hill) 소장은 "임상 시험 결과 우리 백신은 WHO가 목표로 한 '최소 75%' 효과에 처음 도달했다"며 "파트너인 SII가 향후 몇 년 이내에 적어도 연간 2억 회분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 백신이 허가되면 말라리아의 연간 사망자를 5년 안에 40만 명에서 수만 명 수준으로 끌어내릴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힐 교수는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옥스퍼드대

옥스포드대 연구팀은 향후 아프리카 4개국(부르키나파소·말리·케냐·탄자니아)의 생후 5~36개월 어린이 4800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 시험을 진행해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이 백신이 사용 승인을 받으면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모스퀴릭스'(Mosquirix)에 이은 두 번째 말라리아 백신이 될 전망이다. 모스키릭스의 경우 아동감염 예방률 39%, 아동 중증감염 예방률은 29%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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