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인정할 수 없다” 금융당국 부정적 시각에 투자 ‘주춤’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코인(가상화폐)은 현대판 튤립 투기입니다. 튤립 한송이가 집 한 채 값이던 17세기 유럽을 흔들었던 ‘튤립 투기 광풍’이 이제 실체를 알 수 없는 ‘가상화폐’로 이름만 바뀌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 광풍이 지나고 나면 패가망신하는 사람들 쏟아질 것입니다.” (사회 정책 포럼 연구원)

17세기 유럽의 네덜란드, 인근 국가 독일 지역에서 벌어진 30년 전쟁의 후폭풍으로 보헤미아와 체코 지역 등에서 직물 산업이 붕괴되면서 네덜란드의 작물 산업이 반사이익을 받게 된다.

작물 무역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불린 네덜란드 자본가들이 또 다른 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이 바로 신비의 꽃으로 불렸던 튤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유럽의 귀족들과 부자들은 튤립의 매력에 빠졌으며 튤립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의 척도를 간주할 수 있는 상징성까지 나타냈다. 무엇보다 일반 튤립보다 기형적인 형태로 자생한 희귀 튤립은 그 가치가 엄청났다.

변종일수록 더 아름다웠고 큰돈이 되다 보니 자본가는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 빚을 내면서까지 돈을 끌어모아 튤립에 앞다퉈 투자하고 나섰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유럽의 튤립 투기 광풍’이다.

변종을 일으킨 튤립일수록 가격은 천정부지 뛰어올랐다. 품종 역시 400가지가 넘었는데 각각의 튤립마다 ▲황제 ▲총독 ▲제독 ▲영주 ▲대장 등 가격에 따른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 가상화폐의 맏형이자 가장 가치가 높은 ‘비트코인’과 같이 말이다.

이렇듯 하루에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승승장구하던 튤립 가격은 어느날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돈이 된다’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튤립 재배에 뛰어들다보니 공급이 수요를 뛰어 넘어섰기 때문이다.

튤립 투기 광풍의 종말은 사람들이 사고(思考)가 바뀌기 시작되면서다. ‘단순한 꽃을 막대한 빚을 내면서까지 살 필요가 있는지’ 깨닫게 되면서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수요가 몰리면서 천정부지 치솟던 튤립 가격은 어느날 갑자기 수요가 뚝 끊기면서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거듭된 폭락이 지속될 때마다 환상을 꿈꾸며 ‘영끌’에 나섰던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도미노 넘어지듯 파산하기 시작했다.

튤립의 가치가 한창 주가를 올릴 당시 일반 서민의 소득이 연간 소득의 최소 10배 보다 높았던 튤립 파동은 우리 인류 역사상 최초의 투기이며 거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한 직원이 시드머니 1억 원으로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 400억 원의 잭팟을 터트리고 퇴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또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나도 가능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을 안고 빚을 안고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과 같이 앞다퉈 가상자산 투자에 나섰다. 그 차가 상승곡선을 찍고 급하게 하향하는 막차인줄도 모르고 말이다.

막차에 올랐던 이른바 ‘영끌’들에게는 ‘피의 한 주’였다. 가상자산(가상화폐)의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2주 가까이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급락을 거듭하며 5500만 원 밑으로 추락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입장과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 이후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이어지면서 비트코인은 이제 바닥을 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전날 대비 6.61% 하락한 5600만 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5519만 원까지 하락하면서 거래소 대다수가 550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8199만 원까지 오름세를 나타내며 사상 최고가를 재경신 했던 비트코인이 10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며 폭락의 그물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유럽의 튤립 투기 과정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했던 ‘황제 튤립’과 같은 수준의 ‘비트코인’ 가격의 하락 현상은 최근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 이후부터다. 실제로 지난 14일 코인베이스가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을 이뤄냈다.

여기에 일반 금융과 달리 투기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이어오고 있는 금융당국의 시각 역시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부추켰다.

지난 1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가상자산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 제약이 많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한데 이어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가상자산은 인정할 수 없는 화폐이며 가상자산이기에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 잇따르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오는 6월까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과 사기, 불법행위 등 특별단속과 고강도 규제를 강조한 정부의 가상자산을 겨냥한 정책도 비트코인 하락의 속도를 재촉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14일 이전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비트코인에 막판 투자에 나섰다가 가격 하락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최근 막판 투자에 나섰던 30대 직장인 한 OO씨는 “큰 돈은 아니지만 대출을 통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며 “현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하지만 혹시나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지난달 투자에 나섰다가 120% 정도 이득을 봤는데 최근 투자 당시 가격으로 내려간 것을 보고 불안하다.”며 “현재 추세라면 아무래도 더 떨어질 것 같은데 이러다 본전도 찾지 못할까봐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23일까지 10일 연속 5000만 원선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은 25일 현재 6000만 원대로 반등하면서 최저가 5500만 원 대비 600만 원 올랐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