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들러리 세워 LH 공급 공공택지 36% ‘싹쓸이’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중견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들과 비교할 때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들러리(계열사 등)를 내세우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공정하게 입찰에 나선 경쟁사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공정 입찰 제도의 허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설 업계 관계자)

꽃에서 추출한 꿀을 집으로 옮겨 나르며 외부 침입자로부터 벌집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성을 보이는 곤충 벌은 자신들의 이익(꿀)을 위해 곤충 가운데 가장 큰 떼를 지어 서식한다.

표현 그대로 ‘벌떼’가 꽃과 벌집이 아닌 ‘돈’을 위해 떼를 지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할 공공입찰의 질서를 파괴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 11위의 호반건설과 26위 우미건설, 그리고 35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흥건설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급한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서 자사 계열사들을 총 동원하는 수법으로 낙찰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워회 송언석 국회의원이 LH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는 우미건설과 호반건설, 중흥건설이 국감 지적에도 불구하고 같은 방식으로 공공택지 3분의 1을 낙찰받아 챙겼다.

실제로 송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우미건설과 호반건설, 중흥건설 등 3개 건설사는 계열사 등을 동원해 지난 2019년 7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LH가 공급한 총 83개 공공택지 중 30개를 낙찰 받았다.

국감 지적에도 개선 없이 계열사를 들러리 삼아 무더기 입찰에 나서 챙긴 공공택지 규모의 전체의 36.1%에 해당하며 총 면적 규모는 38만평(127만 8807㎡), 서울월드컵경기장(7140㎡) 179개 수준이다.

ⓒ데일리포스트=우미건설·호반건설·중흥건설 LH공급 공공택지 입찰 및 낙찰 현황 [LH 제공]
ⓒ데일리포스트=우미건설·호반건설·중흥건설 LH공급 공공택지 입찰 및 낙찰 현황 [LH 제공]

공공택지 공급은 한 회사당 하나의 필지에 하나의 입찰권만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해당 건설사들은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하는 벌떼입찰 방식으로 낙찰 확률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우미건설의 경우 22개 계열사를 동원해 총 958회 입찰을 통해 인천시 영종과 양산시 사송, 부산시 장안 등 13개 공공택지를 낙찰 받았다. 호반건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호반건설 역시 계열사를 동원해 3개사를 통해 공공택지 입찰에 741회 참여해서 파주시 운정3, 평택시 고덕, 오산시 세교, 원주시 남원주역세권 등 총 13만 8558 평(45만8043㎡)에 이르는 10개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중흥건설은 새솔건설, 시티글로벌, 세종이앤지 등 18개사 명의로 총 603회 입찰에 참여해 7만 8771 평(26만403㎡) 규모의 7개 공공택지를 챙겼다.

이뿐 만이 아니다.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한 회사의 과반수가 사실상 입찰 참여 업체의 자회사인 경우도 확인됐다.

LH가 지난 2019년 11월 공모한 남원주역세권 A-1블록의 경우 총 22개사가 입찰에 나섰는데 이 중 절반 수준에 달하는 11개사가 호반건설의 계열사로 들러리를 나섰다. 결국 호반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티에스리빙주식회사’가 택지를 낙찰받는 촌극이 벌어졌다.

중흥건설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9월 공모한 오산세교2지구 A-09블록 입찰에 참여한 18개 가운데 66.7% 수준의 12곳이 중흥건설 계열이며 추첨 결과 중흥건설이 최종 낙찰사로 선정됐다.

송언석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벌떼 입찰’ 문제를 지적했지만 여전히 이들 건설사들이 계열사들을 동원해 편법 낙찰을 받고 있다.”며 “문제는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 사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부는 특정 업체들이 들러리를 통해 택지 낙찰을 받지 못하도록 입찰 제도를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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