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장서연 기자] 입안을 맴도는 매콤한 맛과 특유의 향과 쫄깃함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바꿔 놓은 신(辛)라면 신화를 일으킨 K-라면 대표 브랜드 농심의 창업주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사진)이 27일 새벽 향년 92세로 영면에 들었다.

농심은 노환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던 신 회장이 이날 새벽 3시 30분께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지난 1930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한국 전쟁 이후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였던 지난 1965년 농심을 창업,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다 농심이 그룹 체제로 전환하며 회장을 맡아왔다.

신 회장은 지금은 전 세계인이 선택할 만큼 유명세가 알려진 신라면과 짜파게티, 새우깡 등 농심의 대표 인기품목들을 대거 개발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무엇보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에 주목하며 한국 전후 가난한 삶을 이어가고 있던 우리 국민들에게 저렴하고 간편한 식사 대용으로 라면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국내 라면 도입 과정에서 “한국에서의 라면은 간편식인 일본과 달리 주식이어야 한다.”며 “값이 싸면서 우리 입맛에 맞고 영양도 충분한 대용식이어야 먹는 문제 해결에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판단은 향후 연구와 개발부서를 따로 두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라면 성공 신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지난 1991녀부터 국내 시장을 석권하며 국민라면 수식어가 붙은 신라면의 경우 이제 전 세계 곳곳으로 팔려 나가며 글로벌 입맛을 사로잡는 K-라면의 선두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신라면의 해외진출 초기부터 “한국시장에서 판매하는 신라면을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는 마케팅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입맛에 맞는 특유의 매운 맛으로 전 세계인들의 입맛 역시 매료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이날 별세한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이며 유족으로는 부인 김낙양 여사와 신현주(농심기획 부회장), 신동원(농심 부회장), 신동윤(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메가마트 부회장), 신윤경(아모레퍼시픽 서경배회장 부인) 등 3남 2녀가 있다.

신 회장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오후 2시부터 신동원 농심그룹 부회장 등 가족들이 참여해 조문객을 맞을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5시, 장지는 경남 밀양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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