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저지 이어 SK공장 넘보는 LG에너지솔루션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 Made in Korea를 자랑하던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갈등이 깊어갈수록 폭스바겐 등 유럽의 고객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에 돌입하거나 중국 배터리 구매를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해외에서 국내 기업 간 특허 싸움으로 고객도 잃고 대외 신인도 역시 추락시키는 추태를 보이는 셈이죠.” (OO증권 애널리스트)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 SK이노베이션,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 침해 보상 문제를 놓고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판결로 승세를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이 이번에는 SKI가 미국 조지아주에 투자한 공장 인수를 언급하면서 양사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ITC 판결로 유리한 입장에 놓인 LG는 현상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진 조 바이든 대통령이 ITC 결정 거부권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펼치고 있는 반면 SKI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조지아주 공장 철수를 공언하며 강력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미 1조 원 규모의 막대한 자본을 들여 공을 들였던 미국 조지아주 내 배터리 공장 철수라는 카드를 꺼내 든 SKI는 LG의 조지아주 공장 인수와 관련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SKI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결정 공시도 없이 5조 원 규모의 투자 발표에 이어 조지아주 출신 상원의원에게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인수 가능성을 비췄다는 것은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LG의 이번 소송의 목적은 SKI를 미국 시장에서 축출하고 자신들의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ITC 결정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실제도 제시하지 못한 투자를 발표하는 목적이 경쟁 기업의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미국 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는 것은 미국 사회와 언론도 파악하고 있는 만큼 LG의 대통령 거부권 저지 행위는 오히려 미국 사회 거부감만 증폭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또 LG가 조지아주 출신의 상원의원에게 사실관계를 왜곡한 서한을 보내 SK를 비난한 것은 조지아 주와 SK간의 진실한 협력 관계를 이간질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는 LG도 SK 배터리 조지아 공장이 지역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같은 LG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미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덧붙여 "겉으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LG에너지솔루션이 피해를 받았다면 델라웨어 연방법원을 비롯해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서 구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고 분쟁 당사자들만이 법정에서 합리적인 길을 갈 수 있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해 유럽 완성차 기업을 대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고객사들의 심기도 불편하다.

실제로 최근 SKI와 LG의 주요 고객사인 독일의 폭스바겐의 경우 배터리 제조에 직접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테슬라 역시 자체 생산을 시사한 만큼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이 주도했던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의 기업들은 배터리 공급 시장 확대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반면 이들 국가와 주도권 경쟁에 나선 국내 기업 간 특허 침해 보상을 놓고 진탕싸움을 펼치고 있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우려되며 무엇보다 시장 주도권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한 시장 전문가는 “미래 산업의 핵심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어서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이제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주요 종목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문제는 국내 배터리 제조 기업들의 분쟁 소송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SK와 LG에 대한 브랜드 신인도가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를 기회로 국내의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고 실제로 자체 배터리 생산을 선언한 폭스바겐이 중국산 배터리를 늘리는 것은 기정사실화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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