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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본인이 피해자임을 자주 어필하며 타인의 동정을 얻으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거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한 나르시스트 경향이 높다고 영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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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표된 이 조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펜실베니아 대학 심리학자인 코리 클라크 교수가 해설했다.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거나 개선하도록 진화해 왔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알리는 것은 주변의 주의를 끌고 다른 사람의 공감과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이 되는 것은 보복을 정당화하고 특정 문제를 거론할 때의 심리적 지위를 얻으며, 때로는 피해자 자신이 저지른 부정행위에 대한 비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새롭게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피해자이고 얼마나 힘든지를 주위 사람들에게 여러차례 강조하는 사람들은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주위를 속이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비방할 가능성이 높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나르시시즘(narcissism)과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 성향이 강하고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조사를 실시한 컬럼비아 대학 에킨(Ekin Ok)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에 대해 주위에 말하는 '피해자 신호'(signaling) 빈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피해자 신호의 빈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미덕 과시'(virtue signalling)를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미덕 과시는 실제로 행동을 하지 않거나 쓸모없는 행위를 하면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과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고통을 자주 주위에 호소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쓸 뿐, 정작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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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클라크 교수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감정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의 정신 상태를 안정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아울러 이러한 성격 특성은 도덕적 우월감을 얻거나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 부족 등의 특징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피해자 신호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면 가해자는 피해자를 도우려고 한다.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는다면 그 죄를 인정하는 주위 가족이나 친구가 가해자를 대신해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타인에게 본인의 피해를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호소한다면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클라크는 설명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동정과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는 최적의 수단으로 본인의 피해를 어필한다"며 "진실 여부의 판단 자료가 없는 제3자에 대한 호소는 확실히 전략적이고 부도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인생에서 불이익이나 피해를 경험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혹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극복한다. 그러나 일부는 제3자의 동정이나 도움에 매력을 느끼고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거짓으로 이익을 취한 경우 사실관계가 드러나 사회적인 비판을 받기도 하고 수감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전자 그룹보다 적은 노력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클라크 교수는 "이는 타인에게 도움을 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진정한 피해자가 존재한다. 허위 피해자의 거짓 신호에 속아 실제 피해자에게 할애할 자원을 잃게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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