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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도심항공운송수단(Urban Air Mobility·UAM) 기술 기업으로 서학개미가 600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 이항 홀딩스(Ehang)가 주가 폭락 하루만에 60% 반등하며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술조작·가짜 계약으로 주가를 뻥튀기했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16일(현지시간) 나오면서 62.7% 폭락했던 이항홀딩스는 밤사이 68% 폭등하며 77.73달러로 장을 마쳤다.

주가 반등은 이항이 가짜 계약 의혹을 제기한 공매도 보고서를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항 측은 "기만적이고 수 많은 오류에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은 진술과 오역 투성이"라며 투자정보업체 울프팩리서치가 주장한 가짜계약 의혹을 부정하며, 곧 구체적으로 반박할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사기 의혹 제기에 투자자들 고심 깊어져   
 
2014년 중국 광저우에 설립된 이항은 2016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에서 자율주행 드론 택시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지난 2019년 중국 드론 업체 최초로 미 나스닥에 상장했다. 

승승장구하던 이항의 주가는 16일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리서치는 16일 '추락할 운명인 이항의 주가폭등'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의 제목으로 33쪽짜리 공매도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항이 생산·제조·매출·사업 협력 등에 대해 거짓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2019년 주요 거래처인 '상하이 쿤샹(Kunxiang)'과 맺은 5000억원 규모 드론 계약 자체가 가짜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1월 중순 이항의 본사와 공장, 거래처 등을 직접 확인한 뒤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쿤샹의 주소지 3곳 중 2곳이 허위였고 본사 역시 드론택시 생산을 위한 기초 설비와 인력도 충분치 못하다.

울프팩리러치는 특히 이항의 주요 거래처인 쿤샹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매출거래가 사기라는 의혹과 함께 쿤샹이 이항과의 계약 불과 9일 전에 설립된 회사라고 폭로했다. 요는 쿤샹이 허울뿐인 ‘페이퍼컴퍼니’라는 주장이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Wolfpack Research

보고서는 이를 바탕으로 이항의 주요 계약은 사기라며 "이는 이항의 주가 상승에 무게를 둔 것이며, 계약업체 쿤샹과의 거짓 판매 계약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조작"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항의 미수금이 많다는 점도 전형적인 매출 조작 수법의 하나라고 지적하는 한편, 미국·중국·유럽 등에서 받은 비행 승인도 거짓이라고 봤다. 미국과 캐나다 등 항공 규제기관에 문의한 결과 비행 시험을 허가한 것일뿐 드론 택시 상업 운용 허가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항의 주가는 작년 12월초 13.62달러에서 12일 124.09달러까지 치솟으며 두달 만에 9배 급등했으며, 올해에만 6배 이상 올랐다. 

이에 국내 투자자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서학개미의 이항 홀딩스 주식 보유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5억5000만달러(약 6090억원)에 달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항은 한국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상위 10개 종목 중 9위다.

이항은 울프팩리러치의 의혹에 곧바로 반박 성명을 발표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6일 46.30달러로 장을 마감한 주가는 60%대 반등하며 77.73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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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항은 울프팩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의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구체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제2의 니콜라 사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이항 투자에 서울시도 한몫" 지적도  

한편, 서울시는 이항의 '드론택시' 기체를 수억 원에 구입하고 차세대 3차원 교통서비스인 드론택시 추진 계획을 수차례 밝힌 바 있어 이번 사기 논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2025년 K-드론관제시스템을 활용한 드론 택시를 상용화할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와 서울특별시 공동 주최로 여의도에서 'K-드론관제시스템 활용 드론배송·택시 종합실증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이항이 개발한 무게 200㎏, 높이 1.77m 2인승 드론택시 'EH216'가 등장했다. 드론택시는 쌀가마를 싣고 서강대교·밤섬,·마포대교 일대 1.8㎞를 5분 동안 2바퀴(총 3.6㎞) 비행했다. 서울시는 행사를 위해 이항의 드론택시를 약 3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Ehang 유튜브 캡처 

드론택시 도입 계획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중점을 둔 미래 교통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시장은 2019년 '서울스마트시티' 선언문에서 "2024년 서울 하늘을 드론 택시가 누비고 2025년 자율주행차가 도심에서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1월 행사에서도 이항의 드론 택시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직접 탑승해 도심 교통 정체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시민 관심도를 높이려 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갑작스런 사망과 안전성 우려 속에 사람 대신 20㎏짜리 쌀가마 4개를 대신 싣고 비행이 이루어졌다.

서울시는 중국산인 이항의 드론 택시로 시연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국산 드론 택시 기체가 아직 없어 기술·기능·가격 등 3가지 측면을 고려했다"며 "▲이항의 기체는 수평 상태로 날 수 있고 ▲미국·유럽이 1인승인데 반해 2인승이며 ▲기체 가격도 미국산과 유럽산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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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국내 기업들의 기술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이다. 현대자동차가 2028년을 목표로 8인승 드론 택시를 만들 계획이고, 한화시스템은 미국 회사 투자를 통해 기체 개발에 나섰다. 

고 박원순 시장 시절 수억원을 투입해 ‘이항216’을 구매하고 국내 업체들의 개발에 앞서 해외 업체의 기체를 도입해 드론택시를 상용화한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국내에 이항이라는 기업에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국내 언론들은 이항에 국내 투자자가 대거 몰린 원인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서울시의 홍보행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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