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권역외상센터 특성상 피부과 증원 납득 어려워”
복지부 “피부과 전공의 증원은 화상 치료 때문” 해명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 화상 환자를 피부과가 진료한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이하 의료원)의 피부과 전공의 정원 증원을 놓고 의료계 안팎에서 시끄럽다. 무엇보다 이 논란의 불씨를 피운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거센 비판에 “화상 치료를 위해 정책적 정원 배정”을 이유로 내놨는데 현직 의료인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 올해 전공의 정원을 확정하면서 의료원의 일부 과목 신규 전공의 정원을 증원했다. 이번 신규 전공의 증원에는 피부과 전공의 1명도 포함됐는데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현직 의료인들은 의료원의 성격상 피부과 전공의 증원이 상식에 맞는 것인지 되묻고 있다.

통상적으로 각 과목의 전공의 정원은 전문학회가 전문의의 수요 및 공급 추이, 각 병원의 진료 현황과 성과, 수행하는 연구의 질, 그리고 전공의의 수련 여건과 교육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회가 매년 새로 선발한 전공의 정원을 제시하면 복지부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지만 이번 의료원의 피부과 전공의 정원 증원을 놓고 해당 과목의 전문학회는 이해가 불가하다는 반응이다.

보건복지부는 학회와 협회, 그리고 현직 의료계의 성토가 이어지자 28일 관련 반박자료를 통해 “국립중앙의료원이 권역외상센터 개소를 준비하고 있고 피부과로 배정된 정책 별도정원 1명은 외상, 화상 치료 등 공공의료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 그리고 다발성 골절 및 대량 출혈에 따른 최악의 응급 환자를 살리는 곳이며 의료진 역시 외상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외과계열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권역외상센터 개소를 위해 피부과 의료진 보강도 흔치 않은데 전문의도 아닌 수련받을 전공의 정원이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측의 이 같은 반박을 종합해보면 복지부가 해명한 화상 치료 목적의 전공의 배정은 실제 특정 인물을 위한 전형적인 꼼수로 해석된다. 복지부가 강조한 화상 치료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 세부 전문분야이며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에서도 의료원의 피부과 전공의 정원 증원을 놓고 해당 부처를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피부과 전공의 증원 목적이 권역외상센터 개소를 앞두고 화상 치료 목적이라는 복지부의 뻔한 해명에 앞다퉈 일갈하고 나섰다.

#1. 생사가 달린 화상환자에게 피부과 전공의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현직 전문의)

#2. 화상 치료는 화상외과 전문의가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화상 치료를 위해 증원하는 피부과 전공의가 없어도 아무 지장 없습니다. (A 대학병원 교수)

#3. 현재 공공의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일반외과와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입니다. 가장 시급한 관련 분야를 다 맞추지 못한다면 중앙의료원도 폐업해야 합니다. 해당 과목 분야가 가장 힘들고 어려워 전국에서 10명 정도 있다면 다행입니다. 세분화되기 전까지 일반외과가 다뤘던 ‘화상’의 경우 화상외과가 맡고 있습니다. 피부과는 화상 치료와 상관없습니다.“ (현직 외과 전문의)

한편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것을 두고 파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조 씨가 피부과 전공의 증원 논란에 휩싸인 국립중앙의료원 인턴으로 지원한 것이 알려졌다.

현재 해당 의료원은 이미 1명의 정원이 존재하지만 추가로 배정된 것을 놓고 의료계 곳곳에서 특정인을 위한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의 배경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의료기관이며 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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